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영화 <포스카인드>
<포스 카인드>를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넘지 말았어야 할 선을 넘어버린 영화라 정리하고 싶다. 영화라는 문화의 표현방법이 경계해야 할 기본적 양식 중 하나인 사실 왜곡으로 인한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기에 내용적인 면과 재미를 떠나 2010년 올해 한국에서 개봉하는 수 많은 영화들 중 문제적 소지가 있는 작품리스트에 분명히 오를, 아니 올라야 할 작품이다. 독창성과 진실성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도하여 만든 내용물을 너무나 위험한 방식으로 포장해서 시장에 내놓은 이 발상. 이 발상이야 말로 제4종 근접조우인 건가?
이 모든 게 실제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영화
<포스 카인드>는 남편의 죽음과 딸의 실종 이후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계속적으로 실험을 하고, 외계존재와의 접촉을 시도했던 타일러 박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의 주요 내용은 남편의 죽음과 자신이 치료하는 마을 내 환자들 사이의 어떤 공통점을 발견하고, 그를 위한 최면치료의 진행의 결과물을 영상과 함께 재구성했다.
사실 내용 자체는 여타 미스터리물과 크게 다른 소재가 아니다. 하지만 <포스 카인드>가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고, 독특한 위치를 가지게 됨은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것은 영화내용을 실화라고 강조한 사실 때문이다. 타일러 박사가 기록한 65시간 분량의 영상, 음성 자료를 토대로 만들었다고 영화에서 아예 못을 박는다. 심지어 영화 속 등장하는 외계인의 납치 영상 또한 카메라에 찍힌 실제 영상이라고 설명한다.
영화는 처음 시작부분부터 배우들이 실명으로 등장하더니 실제자료를 포함했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거기에 믿고 안 믿고는 여러분의 판단이라는 노골적인 미스터리 의문부호까지 거침없이 찍어주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사실일까? 당신은 그걸 믿나? 믿고 안 믿고는 여러분의 판단이라니 우리가 알아서 판단해야 하는 건가? 우리가 본 영상은 진실인가?
일단 한번 웃어주고 싶다. 하하하!
재미와 홍보를 위해 죽여버린 진실성
기왕 다루는 김에 앞서 지적한 진실 문제에 다른 한 가지를 같이 뭉뚱그려 짚어보겠다.
먼저 영화로 나온 작품이고 상업영화의 틀 속에 나온 작품이니 재미가 있었나 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다소간의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로서는 꽤나 흥미로웠다고 말하고 싶다. 굉장히 특이한 연출과 구성(가령 실제영상과 영화영상의 교차적 전개라든가 화면분할을 통한 전개 같은 것), 그리고 미스터리 소재 접근의 참신함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포스 카인드>는 앞서 말한 대로 넘지 말았어야 할 선을 넘어버린 영화이기에 재미여부가 문제가 아니다. 재미와 홍보를 위해 진실성을 죽여버린 사실이 중요하다. <포스 카인드>는 절대 진실되지 않은 영화다. 좀 더 강하게 표현한다면 사기극이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게 가짜라고 말했거나, 아니 그럴 필요도 없이 실화 운운 하지만 않았어도 문제가 될게 없었다. 페이크 다큐인지 아닌지는 우리가 보고 판단해 버리거나, 영화적 상상의 영역으로 남겨두면 된다. 그러나 <포스 카인드>는 실존인물, 실화라고 스스로 정의를 내렸다.
그렇다면 백 보 양보해서 영화 속 실제영상이 진짜라고 생각하는가의 영역으로 확장시켜 보겠다. 영화 속에는 환자가 공중부양을 하고, 외계 비행물체가 딸을 납치하는 실제 영상이 나온다. 이 두 가지만 일단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2010년 현대과학을 정면으로 부정한 공중부양에, 미국 사법당국과 군사당국은 허수아비이며, 나아가서 우리가 아는 항공우주 등의 논리를 모두 거스르는 내용들이다. 모든 게 사실이라면 지금 이걸 극장에서 보고 왈가왈부 할게 아니라 UN 등에서 전세계 정상이 모여 논의를 해야 하는 사안이다. 내일이라도 우주인이 침략할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한가하게 영화나 볼 때인가? 계속적으로 안 좋던 실제 화면이었지만, 외계인의 친절한 배려 덕에 결정적 장면들은 전부 깨끗한 영상으로 제공해주었다. 마치 우리에게 꼭 보라는 듯. 이런 친절을 베풀었으니 우리는 어서 지구방위계획을 세워야 한다. 게다가 미국 알래스카에서만 40년 동안 1200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하지 않는가? 무섭다.
다시 한번 웃어주고 싶다. 하하하!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었다
독창성을 위해 진실성을 죽여버린 영화 <포스 카인드>.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사실이라고 포장하기 위해 사실과 허구의 경계선에서 위태로운 모험을 감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너무나 참담하다. 나에게 이 영화는 재미 여부나 흥미 같은 걸 떠나, 관객을 우롱하는 영화라는 생각만 들었다. 처음부터 무리한 방법으로 진실이라 포장만 안 했다면, <포스 카인드>는 영화 자체로 충분히 재미와 흥미를 가질만했다. 분명 난 그랬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영화로서 너무나 무모한 발상과 시도를 한 <포스 카인드>. 정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를 따지기 전에,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되다는 기본 명제이자 절대적인 명제이다. 아마도 <포스 카인드>가 시도한 이번 방법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것이며, 여기에는 어떤 의미나 가치도 없다. 앞으로도 이런 시도는 없을 것이다. 해서도 안 된다. 있지도 않은 사실들은 진짜라 주장하는 게 가능한 세상이라니,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만약이라도 이 영화의 모든 게 사실이라면 우리는 극장에서 인류의 역사를 뒤엎을 만한 중대한 현장을 목격한 것이 된다. 단 돈 8천원 내고 말이다. 실로 저렴한 비용이지 않는가! 마지막으로 한번 웃어주고 싶다. 하하하!
*2010년2월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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