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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배우들의 치명적 매력이 빛나는 치정극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2. 24.


지독한 유혹의 영화 <클로이>

<클로이>는 스릴러를 가미한 치정극이다. 의심할수록 비밀은 커져가고, 비밀을 알아갈수록 혼란만 커져가는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이야기. 이 이야기 속에는 너무나 지독한 유혹이 자리 잡고 있다. 유혹의 색은 강렬했고, 느낌은 숨이 막힐 듯했다. 마음만 먹으면 살아 숨쉬는 꿈의 여인이 되어주겠다고 하는 클로이. 그녀를 스크린에서 만나는 건 빠져나가기 힘든 강렬한 유혹이었다.


클로이와 캐서린의 이야기

"난 제법 말을 잘해요"라는 클로이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클로이>는 문자적으로만 접한다면 꽤나 심심한 내용이다. 캐서린(줄리안 무어)은 남편 데이빗(리암 니슨)의 외도를 의심하고, 그 동안 눈여겨 지켜본 클로이(아만다 사이프리드)에게 남편을 유혹할 것을 부탁한다. 클로이가 다가갔을 때, 남편의 반응을 알기 위해서. 하지마 이 과정이 진행될수록 캐서린은 감정의 혼란스러움에 빠지게 되고, 상황은 복잡해져 간다. 그리고 클로이의 치명적인 유혹은 점점 다가온다는 전개.

<클로이>는 제목처럼 클로이의 이야기다. 하지만 간단하게 클로이의 이야기라고 정의 내리기는 곤란하다. 클로이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캐서린의 이야기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캐서린을 둘러싼 상황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되고, 캐서린의 시각을 중심으로 인물들을 바라본다. 그러나 극의 흐름과 성격, 거기에 가장 중심이 되는 긴장감의 근원은 클로이다. 이렇다 보니 영화의 화법은 모호하다. 여기에 더해진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묘한 성적코드는 영화를 몽롱하게 만들어 준다.


의심으로 시작된 비극적 치정극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인가란 의심에서 영화의 긴장감은 출발하고, 그 긴장감은 캐서린과 클로이 사이의 묘한 설정을 통해 더욱 발전한다. 그리고 바람을 피우는 것이 과연 맞는 건가 아니면 잘못 알고 있는 건가의 의문을 계속 던지며 긴장감의 끈을 탱탱히 유지해 준다.

이런 이야기의 중심에 선 캐서린. 그녀는 중년 여성의 위기를 느끼는 여자다. 자신의 매력은 점점 사라지고, 남편과 아들로부터 소외되어 간다. 이런 와중에 남편의 외도에 대한 의심은 클로이와의 치명적인 계약관계를 불러오게 된다.캐서린은 클로이를 통해 남편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클로이를 이해하는 것이 남편에게 다가서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치명적인 계약관계는 캐서린 한 사람의 것이 아닌, 캐서린과 클로이 두 사람의 것이었다. 캐서린만 클로이를 통해 남편을 투영해 본 것이 아닌, 클로이 또한 캐서린을 통해 다른 것을 투영해 본 것이다. 이 후 남은 것은 광기와 집착.


배우들의 매력이 빛나는 영화

파편적인 요소들의 전개를 통해 꽤나 집중하게 만들어 주었던 에로틱 스릴러 <클로이>. 마무리의 아쉬움은 들지만, 장르적 한계성을 어느 정도 잘 피해가면서 관객에게 긴장감과 강렬함을 잘 전해준 영리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배우들이다. 뛰어난 안목을 통해 쉽지 않은 영화들로 풍성한 필모를 채워가는 줄리안 무어, 강렬한 도발적 매력을 보여준 아만다 사이프리드, 중후한 매력을 더해가며 영화의 품격을 살려준 리암 니슨. 이 배우들 덕에 조금 심심한 감을 가진 영화 스토리는 싸구려가 아닌 일정 격을 갖춘 에로틱 스릴러로 격을 달리 하게 되었다. 아마도 이 배우들의 매력이 <클로이>의 가장 치명적인 매력이자 유혹이 아닐까 싶다.

수준 높은 스릴러적 기대치는 조금 낮추고, 관능적인 스릴러를 기대한다면 일정 만족을 채워줄 작품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배우들의 매력은 그 자체로도 영화에서 빛이 난다. 난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2010년2월2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