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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베토벤 [See, Beethoven]-친구들과 나누는 맛있고 든든한 수다

K-movie News

by Almuten 2014. 3. 1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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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베토벤[See, Beethoven] -친구들과 나누는 맛있고 든든한 수다

 


1960~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에겐 밥이 사실상 에너지원이었다. 쌀밥 구경은 명절이나 제사 등 큰일이 있을 때나 가능했고 보리나 감자, 고구마, 조 따위가 끼니 걱정을 덜어준 소중한 양식이 되기도 했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큰 그릇에 넘치도록 밥을 꾹꾹 눌러 담았던 ‘고봉밥’은 그 정도를 먹어야 할 정도로 무슨 일을 해도 힘들기만 했던 시기를 상징하는 단어다. ‘밥심으로 산다’는 말은 그래서 생겼다. 

 

먹을 거리가 마땅치 않았던 시기엔 밥이 곧 보약이었던 셈이다. 

 

200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더 이상 끼니를 걱정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들에겐 다른 무엇인가가 결핍되어 있다. 소통, 친구, 대화, 여유 등으로 대체된 현대인들의 결핍은 그 자체부터가 명확하지 않은 것들 투성이다. 

 

구체적이지 않은 문제는 곧 추상적인 해결책만을 남긴 채 계속해서 결핍으로 이어지고 있다. <씨, 베토벤>은 바로 이러한 결핍에 관한 영화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주인공은 자유로운 사랑을 갈망하고, 보다 술술 풀리는 인생을 간절히 원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인물이다.

 

이들이 일상적으로 나누는 수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이들의 꿈은 현재 이들이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삶과 연결되어 있으며 현재의 불완전한 삶은 이들의 결핍과 연결되어 있다. 

 

앞날이 보이지 않는 배우 생활과 과거의 상처로 인해 인생이 고단하기만 한 하진. 정작 본인의 사랑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한 성은과 진정한 사랑임을 깨달았지만, 그 상대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에 괴롭기만 한 영까지. 세 명의 여고동창생 각각의 고민은 각자의 결핍 나아가 영화를 보는 관객들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결핍과 고민은 결국 일상적인 수다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나고, 그것을 공유했다는 것만으로도 일부분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때쯤 관객들은 그들의 결핍과 고민을 함께 고민하고 실제 여고동창생처럼 더러는 화내고 욕하며 함께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털어놓음으로써 비로소 얻게 되는 것이야 말로 수다의 힘이 아닐까? 

 

<씨, 베토벤>에는 과거 ‘밥심’으로 살던 시대와 달리 공감의 힘, 경청의 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다심’을 전하는 영화다. 오랜 친구와 만나 한가로운 오후에 펼치는 일상적인 수다와 친구의 존재는 바로 그 자체로 살아갈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씨, 베토벤>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관객들은 오랜 친구와의 즐겁고 허심탄회한 수다가 간절하게 그리워질 것이다. 

 

기사제공/보도자료 제공   funcineinn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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