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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2009, 케빈 맥도날드)_집중력이 요구됩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4. 18.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 8점
케빈 맥도날드

출연 : 러셀 크로, 벤 에플렉,

촉망받는 정치인 콜린스(벤 애플렉)의 보좌관이자 숨겨둔 정부가 어느 날 살해당하고, 그녀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던 기자 칼(러셀 크로우)은 살해 사건에 숨겨진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된다. 기자로써 진실을 밝혀야 하는 사명과 친구이기도 한 콜린스를 위해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로 한 칼. 하지만 더 깊이 개입하면 할수록 점점 더 거대해져가는 사건과 자신의 목숨마저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번 리뷰 만큼은 영화 자체에 관해서라기보다는 영화 관람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오늘 영화를 관람한 곳은 서울극장 2관. 종로의 서울극장 하면 10년 전만 해도 최고의 시설과 입지를 자랑하는 명소(!?)였지만 지금은 다른 멀티플렉스 프랜차이즈(?)들에 비해서 조금 낙후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우선 좌석도 조금 비좁은 기분이고 무엇보다 경사가 심히 완만하여 앞좌석 주인 잘못 만나면 아주 낭패보기 십상이다.

오늘 내 앞에 앉은 이는 너무나 센스없이 꼿꼿하게 앉아 계시는 바람에 스크린의 6분의 1중 정중앙 하단을 정확하게 가리고 있었다. 내가 완전 기대하고 있는 마이클 만 감독의 <퍼블릭 에너미> 예고편이 나오고 있는데 자막은 커녕 조니 뎁 얼굴마저 하나도 눈에 안 들어오는 현상(아마도 기분 탓?)에 슬슬 애가 타기 시작했다.



특히 이 영화의 장르는 스릴러. 기대감과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키는 데에 스릴러 영화의 오프닝이 얼마나 중요하던가. 크레딧이 나오기 전부터 순식간에 몇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도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는 채 영화가 시작됐다. 허리에 챔피언 벨트라도 찼나, 왜 그리 대쪽같이 앉아 계시는 건지... 5분간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 몸을 당겨 귀 뒤에 대고 '저기요, 죄송한데요...'라고 속삭였지만 그 분, 영화에 이미 깊이 빠져드셨다. 직모로 솟은 머리와 뛰어난 집중력, 긴 허리, 최상의 조건이다. 그러시겠지. 본인은 화면이 너무도 잘 보일 테니까... 자리라도 옮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금요일 저녁 종로 한 복판의 극장 시사회장은 빈 좌석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성황이다. 보다 못한 옆사람이 조금 자리를 비켜주고 그나마 옆으로 허리를 기울여 빈 틈으로 시야를 확보했다.

문제는 옆 좌석에서도 발생했다. 너무도 다정한 여자 두 분이서 영화 보는 내내 영화 내용에 대해 토의를 하시는 거다. 저 여자랑 남자랑 무슨 관계냐, 어머, 저기 지금 들어가면 안되는데, 저 사람 진짜 걸음 빠르다 등등... 아, 이동진 기자는 이 영화가 모든 씬과 컷이 딱딱 들어맞아 한 순간도 놓치면 안 되는 촘촘한 영화라고 평했거늘 오늘 난 제대로 영화를 감상할 기회 자체를 봉쇄당했다. 허리는 아파오고 앞은 잘 안 보이고 옆에선 떠들고...;;



불평 불만이 길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이 영활 다시 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는. 아무도 날 방해하지 않는 극장에서 한적한 시간대에 꼭. 물론 꼭 환경적 이유가 아니었더라도 이 영화 어설피 보면 이해 못하기 쉬울 듯도 하다. 시간 순서대로 일어난 일을 전지적 시점으로 한번씩 쫙 보여주는 '표준전과' 식의 영상이 있으면 좋겠다는 싶을 정도로. 아... 생각할수록 아쉽네.;;

암튼 영화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 플롯 이외에도 꽤 많은 내용을 껴안고 나아간다. 종이 신문의 위상이 떨어진 오늘날 진정한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에 대한 저널리즘의 과제와 특종이 최고로 쳐지는 언론 세계의 경쟁구도, 그 안에서 균형을 잡아야만 하는 윤리의식, 우정, 시민정신, 사랑, 불륜, 정의 등에 대한 고민. 거기에다 미국의 전쟁주의, 음모론을 거쳐 결국 언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진지하고 치밀한 구성으로 엮여 있지만 그 안에서도 가끔씩 긴장을 풀어주는 매튜 마이클 카나한 각본의 유머 한 자락은 영화 안에 잘 녹아들어 있다. 사랑과 우정, 직업 모든 것을 걸고 오직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주인공 칼(러셀 크로)의 뚝심과 직업정신 역시 빛난다. 아마 기자들의 단체 관람이 이어지지 않을까 예상되는 바.

아... 하지만 역시 이번 경험의 최대 교훈은 영화 제대로 보기에는 평일 조조나 심야 상영이 최적이라는.

유능한 기자의사무실 풍경은 꼭 저렇더라는..


은발의 카리스마 제대로 보여주는 거친 여상사, 헬렌 미렌.



S's 리뷰 별점
★★★★★ : 판타스틱!!!!!!
★★★★☆ : 이 정도면 Good~
★★★☆☆ : 본전 생각이 살짝.
★★☆☆☆ : 이거 누구 보라고 만든건가요?
★☆☆☆☆ : 이래저래 자원낭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