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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에코> 공포의 울림 속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27.


      



공포영화가 한달에 한편은 나오고 있는 요즘, 5월 신작 중에서 <에코>가 눈에 띈다. 앞서 개봉한 리메이크 <13일의 금요일><할로윈 : 살인마의 탄생>이 슬래셔영화인 것에 반해 <에코>는 청각 공포를 내세우기 때문이다. 2편의 시각공포로 스크린을 제대로 볼 수 없게 했다면, 이번 <에코>는 귀를 막아야 하는 소리공포로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링><그루지>를 제작한 '로이 리'와 '더그 데이비슨'이 참여한 이번 작품은 필리핀 감독 '얌 라라나스'가 헐리우드에 진출하여 만든 첫 영화로 2004년 필리핀에서 만든 자신의 작품을 리메이크했고, 우리나라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한다. 이미 국내용 포스터와 예고편은 역수출까지 해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공포영화 <에코>. 귀를 살짝 열고 공포영화의 세계로 빠져보자.




수근수근, 소곤소곤. 귀가 간지럽기 시작하다

 

감옥에서 막 출감한 바비는 엄마가 죽은 집으로 돌아온다. 관리자 아저씨한테 들은 집에서 나오지도 않은 죽기 전 엄마의 이상한 행동이 못내 찝찝하지만,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만큼 허름한 아파트에서 밝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집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들이 그를 괴롭힌다. 나무에 무언가를 긁는 소리, 벽에서 흐느끼는 여자의 울음 소리, 그리고 밤중에 옆집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그를 악몽 속으로 데려간다. 자동차 정비공으로 취직하고, 여자친구를 만나는 바비. 여자친구가 집에 오면서 그녀 주위에도 이상한 소리와 환영들이 돌아다니고, 바비는 옆집 사람들에게 직접 따지며 이 현상들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옷장에만 있던 흔적을 발견하고, 그녀가 남긴 녹음 테이프를 들으며 엄마가 죽은 것이 정신이상으로 판정하기엔 이상하다는 점을 알아내는데... 




공포영화에 남자가 주인공?                                 

               영화 전개가 느린 것은 어떻게 책임질래!!

 

슬래셔 영화가 아닌데, 남자 주인공이 공포영화를 이끈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같은 비명을 질러도 훨씬 고음인 여자가 귀를 자극하는 맛에 주연으로 나서 소리를 내는 정체와 싸우곤 했는데, 이번에는 감옥에서 갓 나온 전과자가 환청과 헛것을 보는 대상으로 등장해 어째 놀라는 맛이 덜했다. 이 남자도 소리를 따라 집을 탐색하는 것은 같았지만, 남자여서 그런지 역시 별로 안 놀라더라고.

 

남자 한명만으로는 칙칙하다고 생각했는지 여자친구까지 환상을 보게 만들어 얼굴을 자주 비추지만, 공포를 이끌어내는 곳은 그의 집이다. 그런데 왜 주인공 주변 모든 사람이 환영을 보는 것을 설명해주진 않았다. 집 근처에 한발자국이라도 닿은 것이 공통점이라면 왜 집관리자는 말짱하게 살아있는가 말이다.

 


영화는 총 96분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후반 30분만 봐도 영화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다. 앞서 진행되는 1시간에 주인공이 한 것은 집에 와서 직장 잡고, 쿵쿵거린 소리 몇 번 들은 게 다다. 공포영화하면 그래도 빠른 전개로 관객의 호흡을 거세게하여 두려움을 이끌어야 하는데, <에코>는 관객의 상상력과 영화관을 나가고 싶은 충동 사이의 곡예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결국 1시간동안 보여주려고 한 이야기는 뒤에 30분에 우르르 쏟아내면서 공포영화로서 역할을 다하지만, 비명소리와 특정 물체의 긁는 소리만으로 1시간을 질질 끈 것은 너무했다.




소리의 전이를 통한 공포! 그 울림을 들으면 누구나 두려워한다

 

소리공포는 확실했다. 150년 된 건물이란 배경부터가 감독이 어떤 식으로 공포를 유발할지 빤히 보였다. 그러나 귀를 막지 않는 한 그 뻔한 수법에도 움찔하기 일쑤다. 오래된 건물의 방음벽은 당연히 허술하여 옆집 소리가 생방송으로 들리고, 공포영화에서 관객을 효과적으로 놀래키는 방법 중 하나인 피아노를 이용해 손가락 하나의 작은 힘만으로 방 전체를 울리는 소리로 청각을 자극한다.

 

여기에 원인모를 여자의 비명소리와 귓가에 들리는 숨결소리, 거칠게 몰아쉬는 호흡으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보금자리에서 경험하는 기분나쁜 다양한 소리들은 귓가에 오래 맴돌며 수근대는 목소리가 극장 나와서도 어디선가 들리는 듯 했다.

 

 

동양적 소재인 '恨'을 담은 영화의 주제는 '소통'과 '관심'이었다. 굳게 닫힌 아파트 문처럼 현대인들의 무관심이 가져온 나비효과는 실제 사례들과 비교해봤을 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가 들었던 소리의 근원이 천천히 밝혀지고, 바비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공포영화가 줄 수 있는 최선의 교훈이었다. 모자라지도,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았다.





너무 '소리'에만 신경쓰셨네!

 

<에코>의 2/3 볼 때까지만 해도 '아! 진짜 내용 없다!' 하며 지루한 전개에 짜증이 났다. 졸지 않은 것은 귀를 자극하는 그들의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고, 그렇다고 내용면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앞부분에 다른 소재로 이야기를 확장시켜, 상상력만으로 승부를 걸려고 했던 제작의도를 조금 바꿨으면 어땠을까? 음향효과에는 신경을 많이 썼지만, 집에서 반복하는 고통의 도돌이표인 흘러가지 않는 이야기는 관심 밖이었나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별 거 없는 내용은 기억에 안 남고, 나무를 긁어대는 소리만 머리 속에 맴도는 것은 그 때문이다. 섬뜩한 사운드를 위해 구성한 드림팀이 소리만 신경쓰고 노를 젓다가 배가 산으로 간 느낌이다. 인간의 심리를 파고들기 위해서는 영화가 흘러가는 속도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았으면 싶다. 이 영화는 단편영화를 끌어서 장편영화를 만든 느낌이 나니까.

 

6월에 개봉하는 또다른 공포영화 <드래그 미 투 헬>에서 <스파이더맨>시리즈로 유명한 샘레이미 감독이 <부기맨>시리즈, <그루지>시리즈, <메신저 - 죽은자들의 경고>등 참여만 하다가 오랜만에 공포영화로 돌아온다. <에코>의 아쉬움을 <드래그 미 투 헬>로 달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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