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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니를 찾아서 (2009, 심상국)_유준상과 '깨는' 외국인이 주는 의외의 재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22.

로니를 찾아서 - 8점
심상국

안산의 어느 태권도장의 사범인 인호는 계속 떨어지는 관원수를 모집하기 위해서 있는 돈을 다 털어 시범대회를 준비한다. 그러나 시범대회에서 갑자기 나타난 방글라데시의 체력짱 로니에게 한방에 떨어져나간 인호. 덕분에 태권도장은 망할 위기에 처하게 되고, 인호는 수치심에 동네에서 고개를 들 수 없는데…. 복수심에 불탄 인호는 로니를 찾아 다니다 로니의 친구 뚜힌을 만나게 되지만 별 소득이 없다. 하지만 뚜힌은 로니를 찾는다는 핑계로 끈질기게 인호 주변을 맴돌며 계속 인호의 신경을 긁는데…. 과연 인호는 로니를 찾을 수 있을까?

심심해 보이는 포스터, 조촐한 출연진의 <로니를 찾아서>는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의외의 재미가 포진해 있는 이 영화, 꽤 괜찮은 발견을 한 뿌듯함을 선사해 준다.

여기 정말로 평범하고 꼬장꼬장한 자존심 하나로 밥먹고 사는 태권도 사범 한 명(유준상)이 있다. 그는 적당히 사회랑 타협할 줄도 알고 아내 기분도 맞춰가며 그럭저럭 살아가는 우리나라 대다수 남성들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가 살아가는 교외 지역에 갑자기 늘어난 외국인 노동자 무리도 사실 그에게 별로 신경쓰이던 존재는 아니지만 어느날 마주치게 된 로니 때문에 그의 자존심은 공개적으로 짓뭉개지고 만다. 화가 난 그는 대책없이 로니를 찾아 나서는데 로니의 친구로 보이는 듯한 뚜힌과 자꾸 얽히게 된다. 이후 이야기는 모두가 예상할 수 있을만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그 과정 안에서 두 친구(?)가 티격태격 하는 꼴이 재미를 유발하는데 특히 8년차 외국인 노동자인 뚜힌의 능청스러움은 신기하기도 익살스럽기도 하다. 로니 어딨냐고 멱살부터 잡는 유준상에게 한국말 못하는 척 버티다가 급기야 내뱉은 첫말은 '씨발'이다.;;;



이 영화는 여타 다큐멘터리나 영화들에서 보여주던 다소 우울해 보이는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 사회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한다는 아주 당연한 깨달음을 웃음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너무나도 못난 한국남자와 대책없이 발랄하고 낙천적인 외국인 노동자 사이의 에피소드는 그들의 국적을 떠나 똑같은 측은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그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그들의 환경이나 조건 등이 아니라 결국 그 '사람' 자체를 들여다 보면 모두가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동등한 존재라는 걸 편안하게 일깨워 주는 것이다. 

찌질한 마초 남성의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한 유준상은 현실적인 외모 덕분에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또다른 주인공인 '뚜힌'역의 로빈 쉐이크는 도대체 저렇게 한국말과 연기를 동시에 잘 하는 배우를 찾았을까 하는 궁금증을 절로 불러 일으키는데 아직 이력을 찾아볼 수가 없다. 마치 이다도시나 로버트 할리를 보는 것과 같은 묘한 우스움과 친근감이 동시에 드는 신기한 기분. 

투톱, 아니 원톱 영화의 주연 아마도 처음일 유준상.

이렇게 찌질연기가 어울릴 줄이야.. 물론 연기력 덕이겠지만.


 

이주 노동자에 대한 근거없는 반감

을 깨뜨려줄 '깨는' 캐릭터, 뚜힌.



무엇보다도 이주 노동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영화다. 그리고 간간이 등장하는 일차원적인 대사는 손발이 간지럽기도 하지만 배우들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와 '개그' 덕분에 관객석에서 박장대소가 터지기까지 할 만큼 재미도 있다. 요즘 저예산영화는 상업영화 못지 않은 센스와 코믹 요소를 발휘하여 의외의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이 있는 만큼 개봉 이후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건 자신의 세상을 벗어나 본 적이 없던 한 남자의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S's 리뷰 별점
★★★★★ : 판타스틱!!!!!!
★★★★☆ : 이 정도면 Good~
★★★★☆ : 취향을 고려한다면 나름대로 좋을.
★★★☆☆ : 본전 생각이 살짝.
★★☆☆☆ : 이거 누구 보라고 만든건가요?
★☆☆☆☆ : 이래저래 자원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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