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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트렉: 더 비기닝 (2009, J.J.에이브람스)_전설의 웅장한 시작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4. 23.
스타트렉 더 비기닝 - 8점
J.J. 에이브람스

출연 : 크리스 파인(제임스 커크), 잭커리 퀸토(스팍)


우주를 항해하던 거대 함선 USS 엔터프라이즈호 앞에 정체불명의 함선이 나타나 엔터프라이즈호를 공격하고, 이 과정에서 엔터프라이즈호는 함장을 잃게 된다. 목숨을 잃은 함장을 대신해 엔터프라이즈호를 이끌게 된 ‘커크’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800명의 선원들을 구해낸다.

 엔터프라이즈호에 비극이 닥친 긴박한 혼돈의 그날 태어난 ‘커크’의 아들 ‘제임스 커크’. 지도자의 운명을 안고 태어났으나, 자신의 갈 길을 깨닫지 못한 채 방황하던 젊은 청년 ‘커크’는 우연한 기회로 엔터프라이즈호의 대원으로 입대하여 아버지를 잃었던 함선에 승선하게 된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함선을 이끄는 함장이 되기 위해 엔터프라이즈호에서 우주 항해를 위한 훈련을 받기 시작하는 ‘커크’. 그는 거기서 자신과는 정반대로 냉철하고 이성적인 불칸족 ‘스팍’을 만나게 되고, 끊임없는 부딪힘 속에서 두 라이벌 ‘커크’와 ‘스팍’은 선의의 경쟁을 계속하게 된다. 패기 넘치는 첫 출격 이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정식 대원의 자질을 갖춰가던 ‘커크’와 엔터프라이즈호의 대원들.

 그러던 어느 날 불칸족의 행성과 엔터프라이즈호를 위협하는 파괴자의 존재가 감지되고, 복수를 위해 찾아온 ‘네로’ 일당과 맞닥뜨린 이들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피할 수 없는 도전을 시작하게 되는데...



난 영화든, TV시리즈든 <스타트렉>을 단 한 편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스타트렉>이 미국문화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 정도는 들은 바가 있어 알고 있었다. 이번에 기꺼이 이 영화를 보고자 마음먹었던 이유는 <스타트렉>의 바로 뒤에 붙은 부제가 '더 비기닝'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같은 <스타트렉>에 관한 한 무지렁이도 맨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그 거대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던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 세계 최초 개봉이라더니 경비가 장난 아니게 삼엄했다. 덩치들과 언니들이 모두들 나서서 시사회장에 입장하는 관객들의 가방을 모두 검사하는 거였다. 내 동굴같은 가방 안에서 단 1초 만에 디카를 귀신같이 찾아내서는 영화 끝나고 찾아가라고 말하는 언니에게 솔직히 유쾌한 기분이 들리 없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자업자득이지. 불법촬영하고 파일 돌리고, 또 가끔 나처럼 다운받아서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렇게 유난을 떨 수 밖에. 이해한다. 그렇게 한 단계 건넜는데 극장 앞에선 또 덩치 오빠가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카메라 렌즈 부분에 스티커를 붙인다. 고생이 많아요 모두들. 쩝.

좌석이 맨 앞에서 3번째 정중앙이었던지라 스크린에 대한 압박이 너무 강했다. 영화 시작하기 전부터 올 여름 드림웍스 기대작 3편의 광고를 보여주는데 아... 스크린과의 거리도 그렇거니와 애니메이션에 로봇물에 액션물에 모두 펑펑 터지는 요란한 작품들 3편의 예고편을 모두 보자 이거 무슨 테마파크에 온 듯한 기분이 들기도.

이 영화, 확실히 <스타트렉> 초보자들에게도 무척 친절한 영화이리라. 어지간한 SF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면서 조는 습관이 있는 나조차도 영화에 엥간히 몰입해서는 빠져들었으니까. <스타트렉>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엔터프라이즈호에 대원들이 모여들고 커크와 스팍의 기대결이 한참 벌어지고 결국은 둘이 합심해 지구를 구한다는, 이렇게 건조하게 설명하기 시작하면 하품나는 이야기이지만 이걸 눈으로 목격한다는 건 180도 다른 얘기다. 시각적으로 익숙한 듯 하면서도 새로운 인물과 의상, 우주선의 디자인, 무기와 조종실의 내부 모든 것이 볼거리였고 흥미로웠다. 순간이동이나 블랙홀, 괴물 등 왠지 '소년중앙'스러운 상상력이 고스란히 펼쳐지고 있었다. 광활한 우주와 쌔끈한 우주선을 배경으로.

엔터프라이즈호의 위용

모던하고 화사한 느낌의 엔터프라이즈호의 내부



<스타트렉>은 미국의 낙천주의를 이야기할 때 주로 거론되는 콘텐츠다. 모험심, 우정, 가족애, 열정, 개척정신, 이성과 용기의 조화, 정의 모든 것이 그다지 긴 설명 없이 일어나고 결국은 성공하고 마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스토리의 결정판. <스타트렉>은 유치하지 않은 동화이기도, 대를 이어가는 인류 문명의 역사의 축소판이기도, 우주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비주얼의 초호화 화보집이기도 하다. 하지만 또 그래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데올로기를 간접적으로 숭앙하는 콘텐츠로 흔히 지적받기도 한다. 이제 더이상 개척할 곳이 없어 우주의 신대륙을 찾아 나아가는 엔터프라이즈호, 물론 연합국의 국기를 달고는 있지만 누가 봐도 미국이 중심인 건 분명하니까. 하지만 솔직히 이 단순하고 통쾌한 블록버스터를 관람하고 난 후 미국의 이데올로기가 어쩌구 하고 싶은 기분 따위는 들지 않는 게 사실이다.

<스타트렉>의 두 상반되는 캐릭터인 커크와 스팍은 여러 모로 비교가 가능한 인물이다. 우선 크리스 파인이 연기하는 커크는 거칠고 혈기 왕성한 청년에서 함장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감정이 앞서고 여자를 좋아하는, 아직 어린 티를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계속될 <스타트렉> 시리즈에서는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함장다운 위용을 갖추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제임스 티베리우스 커크 함장 역의 크리스 파인. 젊은 브래드 피트를 연상시킨다.


벌칸 족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스팍은 철저하게 이성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자신의 행성의 멸망과 어머니의 죽음을 목도하고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던 스팍은 결국 커크의 작전에 걸려들어 분노를 표출하고는 스스로 임시 함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융통성 없고 바른 말만 하는 2인자 캐릭터가 매력이 없을 것 같다고? 천만의 말씀.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솔직함을 인정할 줄 아는 용기를 갖춘 숨겨진 대인배, 결국 그런 남성이 미인의 사랑을 받게 되는 실속형이라는 사실. 스팍 역을 맡은 잭커리 퀸토는 드라마 <히어로즈>에서 눈에 띄었던 배우다. 좀처럼 웃지 않는 굳은 표정에 창백한 피부, 움푹 파인 눈에는 왠지 사연이 깃들어 있는 듯한 독특한 외모에다가 저런 정갈한 외계인 눈썹, 헤어 스타일과 뾰족한 귀를 붙여 놓자 아주 만화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아.. 저 정갈한 헤어 라인을 보라. 저런 결벽증에 가까운 깔끔한 역할이 너무 잘 어울리는 잭커리 퀸토.


존 조는 한국계 배우로 이미 잘 알려져 있고 또 막내 항해사 역의 안톤 옐친은 어디서 봤나 했더니 <알파독>에서 납치당하는 꼬맹이로 출연했던 배우다.(그새 많이 컸다;;) 또 인상적인 캐스팅으로는 스팍의 어머니로 위노나 라이더가 '특별'출연한다. 위노나 라이더가 벌써 '어머니'역을 할 연배는 아닌데 무슨 사연인지..

영화 보는 동안 에릭 바나라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악당 네로. 그다지 매력적인 악당 캐릭터는 아니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스타워즈> 시리즈보다는 훨씬 재밌게 봤는데 앞으로도 쭉 이렇게만 나와 준다면 계속 기다리게 될 듯. 비주얼 측면에서는 훨씬 낫다고 말 못하겠다. 사실 비교할 만큼의 기술 차이가 이루어질 시간차가 없었으니.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는 데 정말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기분이 새삼 들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바탕 신나게 놀고 난 다음처럼. 물론 이것도 맛들이면 위험하긴 하지만 아주 가끔은 괜찮지 않을까. 이 정도 되고 보니 올 여름 개봉한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죄다 보고 싶어졌다. 아.. 할리우드, '쫌' 미워.;;

엔터프라이즈호의 대원들. 상투적인 스판 유니폼은 아니라서 좋긴 하다만 너무 스포티한 느낌도 좀..


'스타트렉'의 팬덤 역시 유명한데 '트레키'라 불리는 그들과 관련된 다큐멘터리 포스터. 벌칸인의 저 독특한 손인사법, 꽤 귀엽다.


S's 리뷰 별점
★★★★★ : 판타스틱!!!!!!
★★★★☆ : 이 정도면 Good~
★★★☆☆ : 본전 생각이 살짝.
★★☆☆☆ : 이거 누구 보라고 만든건가요?
★☆☆☆☆ : 이래저래 자원낭비.


같이 봅시다!

드라마 <히어로즈>
출연 : 밀로 벤티지글리아, 헤이든 파네티어, 알리 라터, 등


개인적으로 작성중인 매력남 리스트에 추가, 잭커리 퀸토.
벌칸인이 되기 전 그의 정체는 초능력자 살인귀, 사일러. 그는 이 드라마에서도 '어머니'와의 관계가 각별(?)하다.

2008/07/24 - [신씨의 리뷰/TV] - 미드 '히어로즈(Heros)' 시즌 1_드디어 다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