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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인생에서 궂은 날도 있는 거지~! 아네스 자우이, <레인>

영화와 스토리텔링

by 마담앨리스 2009. 7. 1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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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Let it rain>인건, 지금 포스터를 올리면서 알았네요.
왠지, 영화와 딱 어울리는걸요?


오랜 만에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스토리가 느슨해서 편안한 영화 한편 보았습니다.
<레인>.

전체적인 느낌은.... 여름 휴가 같은 영화였어요.
잔뜩 기대하면 꼬이기 마련인, 차라리 집에 있었다면 더 편했을 그런 휴가.
그러나 그래도 떠나지 않으면 못내 아쉬운 그런 휴가.

'살다보면, 뭐 쨍한 날도 있고 궂은 날도 있는 거지 머...' '인생 뭐 있어?'
하면서,
의도와는 다르게 엉망진창 꼬여버린 휴가를 바라보며
'허허허' 달관의 웃음이 나오게 하는 그런 영화?

- 다큐멘터리 PD 미셸
- 미셸의 꼬임에 빠져 같이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한 카림
- 페미니스트 작가이자 정계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아가테 빌라노바 
  (미셸과 카림이 성공한 여성을 테마로 찍으려는 다큐의 주인공이 되죠.
   다큐찍는 과정을 담아낸 것,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메인스토리입니다.)

영화는, 이 세 사람을 주축으로, 원래라면 잘 굴러가야 할 소소한 일상들이 미묘하게 얽히고 꼬여갑니다.

그래도 영화 내내 프랑스 시골풍경이 펼쳐지니까
눈과 마음은 시원해졌다고나 할까요?


전, 프랑스 영화 하면, 스토리 느슨한 거 처음부터 각오하고 보는 선입견이 있어요.
역시나, 이 영화도... 극장 나올 땐, '움.... 역시 잔잔해!!' 했어요..ㅎㅎ

그런데 지금 리뷰를 하려고 다시 뜯어서 생각하니,
생각보다 영화가 매우 짜임새 있게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곱씹을수록 맛이 우러나는 말린 오징어 같다고나 할까요?

:: 사실 그 선입견이 깨지는 일이란 사실 20번에 1번 정도 있는 정도여서, 
   선입견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지만요.ㅎㅎ

:: 헐리웃의 꽉 짜여진 스토리에 익숙해진 탓인 것 같기도 해요.
   문제는 헐리웃의 꽉 짜여진 스토리가 의도된 감동을 주긴 하는데,
   이야기를 식상하게 하는 결정적인 문제가 된다는 거죠.

   ==> 그런 면에서, <레인>과 같이 잘 만들어진 프랑스 영화는, 헐리웃에 길들여진 관객에게는
         어쩜 '수면 고문'이 될 수도 있겠지만,
         문화컨텐츠가 가져야 하는 사명에 충실한 좋은 영화가 되는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줄거리를 정리한다고 해서 그 맛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므로,
아주 인상깊었던 거 하나를 풀어놓는 걸로 갈무리할래요.

제가 영화를 보면서 얼굴이 한번 제대로 화끈해 진 장면이 있었어요.
낯뜨거운 장면때문이 아니라, 제 자신의 허위의식이 부끄러워서요.

이게 바로, 감독이 풀어낸 스토리텔링의 힘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영화는 정말 놀라운 방법으로 관객의 허위의식을 따끔하게 지적합니다.
헐리웃과는 정말 다른 방식이라... 매우 충격적이기도 하면서 매우 흥미로워요.

'카림'은 이민자로서 그 부모는 아가테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했고, 카림도 그렇게 식모의 아들로 살아왔어요.
낮은학벌이나 출신신분, 지금의 직업, 외모, 조건 등으로 봤을 땐 매우 비천해요.

캐스팅도 절묘했어요. 외모만 봤었을 땐 그는
하류인생의 그저그런 사람 중 한사람으로 낮춰보기 충분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는 정말 알고보니 속도깊고 지적이며 멋진 놈이었던 게 밝혀지죠.
오히려 잘나보였던 다른 두 캐릭터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 허위로 똘똘뭉친 허당이었구요.

사람이, 왜, 외모나 조건이 중요하잖아요. 사실 그것으로 많은 부분이 판단되구요.
그러다가 대화를 나누면 달라지죠. 외모나 조건 보다는 상대방의 진 면목이 눈에 보이면서
진정한 교감이 생긴다고나 할까요?

처음에 저도 다른 주인공들처럼 '카림'을 하대했거든요. 비천한 캐릭터라고.
아... 그러나 감독은 그런 저의 천박한 계급성에 강하게 펀치 한방을 날려주시더군요.ㅎㅎ

주인공들의 겉포장이 한꺼풀 베껴지는 순간,
감추어진 진 면목이 드러납니다.

그러나 영화는 거기서 끝내지 않아요.
'비'를 끌여들여,
그들을 하나로 만들고 화해시키죠.



곱씹어 볼 수록 정말 괜찮은 영화네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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