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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러브>이 영화 예뻐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13.


"아저씨 예뻐요"

"아저씨 예뻐요"라고 당돌하게 말하는 그녀,남은.
50대 노총각 형만(안성기)의 마음으로 20대 여대생 남은(이하나)이 들어온다.그녀가 싫지 않은 형만.
다만 그녀는 친구의 딸이라는 게 아주 작고 사소한 문제점(?)일 뿐 이다.


첫사랑을 맞이한 두 남녀

<페어러브>는 전형적인 로맨틱코미디다.여느 로맨틱코미디처럼 인물들의 말과 행동으로 이루어진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를 보여준다.자신들에게 찾아온 첫사랑이지만 그 표현이 서툰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로,단지 다른 영화와 조금 다른 점은 그 인물들의 연령대를 폭넓게(?) 확대시켜본 점이다.주인공들의 연령을 50대 노총각과 20대 여대생으로 했다는 점.


사랑의 성장통

두 남녀의 연령차이만큼이나 조금은 당황스럽게 빠른 템포로 시작하는 영화.형만과 남은의 첫 만남은 빠르게 전개되고,당황스럽게 전개된다.그리고 관객 역시 남은의 돌출적인 행동에 당황스럽지만 입가엔 살짝 미소를 띄게 된다.이후 관객은 온 몸에 긴장감을 다 빼고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 속 사랑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너무나도 예쁜 사랑 이야기 <페어러브>속으로.

<페어러브>는 첫사랑에 임하는 50대 노총각 형만과 20대 여대생 남은 사랑 이야기지만,조금 정확히 표현하자면 한 남자의 성장통의 이야기다.사랑의 표현에 서툴고,예쁜 사랑이 낯선 남자의 성장통.
"기계는 관계만 알면 돼.부품이 복잡하건 안 복잡하건 관계만 알면 못 고칠게 없어"
형만은 모든 일들이 자신이 평소 하는 카메라 수리와 같다고 생각했다.관계만 알면 다 고칠 수 있듯이 모든 문제는 논리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랑 앞에서 형만은 힘겨워 한다.사랑은 관계를 알고 고치는 일방적인 접근이 아닌,서로가 함께 완성하는 작업이다.누가 누구를 고치는 그런 과정이 아닌,사랑 안에서 모든 것이 공평하고 공정하다는 사실에 힘겨워하며 사랑의 성장통을 겪는 형만.세상 사람들 모두가 이런 아픔과 성장을 겪는다는 걸 몰랐던 형만에겐 이 성장통이 너무나 힘들다.그리고 한 발자국,한 발자국 내디디면서 자신의 아픔을 극복해간다.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휴식 같은 영화

서툴고 예쁜 사랑 이야기답게 전체적으로 흐르는 분위기는 서툰 사랑표현이 주는 '순수함',그리고 예쁜 사랑의 아기자기함이 주는 '따뜻함'이다.첫사랑에 빠진 남녀가 상대방에게 어색한 대화를 걸면서 횡설수설거리는 모습,사소한 말 한 마디에 신경 쓰고 질투하는 모습,사랑 앞에서는 유치해지고 마는 모습들은 나이와 세대를 초월한 공통의 모습이다.그리고 그 모습은 순수하고 따뜻하며 편안하다.<페어러브>는 보는 동안 마음이 따뜻해지며 편안해지는 휴식 같은 영화다.

<페어러브>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과거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클래식한 향수를 은은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이것은 그 구도와 필름의 색감,전체적인 연출을 그런 풍으로 만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고,나 혼자만의 착각인지도 모르겠다.저예산으로 만들어졌지만 영화란 매체가 줄 수 있는 꿈이란 의미에 너무나도 충실히 부합되었던 영화 <페어러브>.색에서,구도에서,연기에서,연출에서 느껴졌던 따뜻함과 편안함,그리고 자연스러움.이런 느낌을 전달받고자 함이 내가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부도덕한 영화라는 잣대를 들이미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

너무나 좋은 시나리오와 연기,그리고 매력적인 음악까지 더해진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 <페어러브>.한참 어린 아내와 첫사랑을 했던 신연식감독은 스스로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한다.그 때문인지 자연스러움이 한층 더해져서 더욱 편안함이 묻어났던 걸까?

영화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가 "부도덕한 짓"이라는 대사다.무엇이 부도덕한 건지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사회적 통념으로 본다면 부도덕한 게 맞을 수도 있겠고,아닐 수도 있다.그러나 <페어러브>는 단지 사랑,그 자체만 바라본 이야기로 친구의 딸이 아닌 한 여자로 바라보았던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다.사랑에는 국경도,인종도,심지어 성별도 없다고는 하지만 <페어러브>를 통해 이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인식이란 것에 대해서 조금은 가벼운 질문을 해보게 되며,사랑의 의미와 필요성을 한번쯤은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어차피 <페어러브>는 어려운 숙제를 주는 영화가 아닌,가벼운 간식을 주듯 즐겁고 행복한 느낌을 전달하려고 한 영화이니까.

*2010년1월1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