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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배경이 곧 주제인 두 영화 비교, <장미의 이름> vs <모던 타임즈>

영화와 스토리텔링

by 마담앨리스 2009. 7. 4.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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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미의 이름>과 <모던 타임즈>의 비디오를 감상한 뒤,

시대적 배경의 특징을 살펴보고 어떻게 다른가를 A4 1장 분량으로 써보자.

 

여전히 제가 소설 작법에 대해 공부중인데요,
온라인 강좌를 듣는데, 교수가 이런 숙제를 내주는 군요.
온라인 강좌라고 소홀히 하기 싫어서 숙제를 해봤는데, 스토리텔링 관련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아서
여기에 올립니다. ^^*

























장미의 이름
감독 장-자끄 아노 (1986 / 이탈리아)
출연 숀 코너리, F. 머레이 아브라함, 엘리야 배스킨, 피도르 찰리아핀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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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타임즈
감독 찰리 채플린 (1936 / 미국)
출연 찰리 채플린, 폴레트 고다르, 헨리 베리만, 티니 샌드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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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의 영화적 배경


움베르트 에코의 원작소설『장미의 이름』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14세기 중엽 타락한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각 교단간의 이단 논쟁과 피비린내 나는 종교 재판의 와중에서, 교조적 흑백 논리로 칼질이 난무하던 시대를 그대로 담은 작품입니다.

제자 아조(크리스찬 슬레이터)의 아련한 회상을 통해 1327년 이탈리아 북부의 한 수도원에서 그의 스승 바스커빌의 윌리엄 수도사(숀 코네리)와 함께 겪었던 엄청난 사건을 추리형식으로 풀어냅니다. 음모, 타락, 부패, 폭력, 독선의 악취를 풍기는 이 수도원은 당대의 타락한 사회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배경으로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습니다.


<모던 타임즈>의 영화적 배경


찰리 채플린의 1936년作 <모던 타임즈>는 1930년대 미국의 경제대공황 시기를 풍자한 블랙코미디입니다.

첫 장면부터 화면 가득 시계의 초침과 분침과 시침이 움직이는 모습을 한동안 보여주며 산업화로 인한 인간성 황폐화를 풍자하면서 들어가고 있는 이 영화는, 자동화된 기계 속에서 말살되어 가는 인간성과 산업 사회가 가져다주는 필연적인 인간 소외의 문제를 찰리 채플린 특유의 익살을 통해 생생한 블랙 유머로 잘 잡아내고 있습니다.


 


[같은 점] 시대적 배경이 곧 작품의 주제다!


두 작품 모두 인류 역사상 매우 혼란스러웠던 시기를 배경으로 다루고 있으며, 배경이 주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장미의 이름>은 교회가 스스로 자정 능력을 잃어버리고 교조적으로 타락하던 시대에 ‘요한 묵시록’의 예언처럼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셜록 홈즈처럼 뛰어난 수사적 재능을 보이는 윌리엄 수도사의 대 활약으로 사건이 해결됩니다. (윌리엄 수도사는 이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다가 이단논쟁에 휘말려 화형을 당할 뻔 하지요.) 하여간, 사건의 전말은  묵시록적 실마리들은 사건 해결과 전혀 무관했고, 살인의 원인은 따로 이는 것이 아니라 금서를 본 피해자들의 ‘호기심’에 있었다는 게 밝혀집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론’이 금서였는데, 그래서 못 보게 하려고 - 내 기억에는 아마도 수도원장이 - 책장에다 독극물을 묻힌 거죠.) 어쩌면 시대 자체가 연쇄살인의 공범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에코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소설의 세계를 구축하는 작업이라고 여기며, 이 소설의 집필을 시작한 첫 해를 이 소설의 세계를 구축하는 작업에 온통 바쳤다고 합니다. ‘수도원 내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소재를 시대적 배경과 조화시켜 명작을 탄생시킨 케이스입니다.


<모던 타임즈>도 사람도 오로지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일을 담당하는 ‘기계’로 간주하고, 좀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든 쥐어짜지고, 그래서 정신이상까지 와서 정신병원에 갇히기까지 합니다. 파업하면 공산주의자라고 잡히고, 마음대로 해고되고, 사회적으로 생존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극단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이 만연된 세상에서 하루 빵값이 없어서 하는 도둑질이 일상생활처럼 그려집니다.


<모던 타임즈>는 <장미의 이름>보다 시대적 배경이 더 중요한 영화입니다. 시대가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다큐멘터리 보듯 적나라하게 이야기 전체로 풀어가고 있으니까요. 매우 슬프고 우울한 이야기를 코믹한 형식으로 풀어냈기에 더욱 가슴을 때리는 명작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점] <장미의 이름>은 배경을 분리시켜도 이야기가 성립되지만, <모던 타임즈>는 배경이 곧 이야기다.


<장미의 이름>은, 원래 에코가 처음 지었던 제목은 『수도원의 범죄사건(Murder in the Abbey)』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첫 발상은 애초에 '수도사 독살사건'이었습니다.


에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한 수도사를 독살한다는 막역한 아이디어에 자극을 받고 1978년에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소설 쓰기는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모던 타임즈>는 시대적 배경을 빼 놓고는 이야기를 풀 수 없습니다. 그 시대적 배경 속에 주인공이 어떻게 희생되는가를 다큐멘터리처럼 풀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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