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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스토리텔링

앙꼬없는 찐빵같은 영화 <인사동 스캔들> - 그닥 흥행 안되는 이유?

by 마담앨리스 2009. 5. 18.



오늘, 스토리텔러로서 제가 다루고 싶은 영화는 바로 <인사동 스캔들>입니다.


재밌게도 뻔씨네 블로그 포스팅 중
신씨님께서 <인사동 스캔들>을 리뷰로 올려주셨고, 잘빠진 작전영화라고 했는데,
어느 정도 그 의견에 동의는 하면서도
저는 또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에,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새롭게 다뤄보고자 합니다.

다행히 제가 이 글을 쓸 무렵에는 박스오피스 정보가 있으니 그것도 곁들이구요.
(기자시사회 한번 다녀오면 하루를 몽땅 까먹게 되거든요. 보통 2시쯤 하니까.
시간 아까버서 저는 편한 시간에 개봉극장을 애용합니다.ㅎㅎ)



우선,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스크린 가입률 98%)에 따르면
현재 극장가는 <7급 공무원> <스타트렉 : 더 비기닝> <박쥐> 3파전이네요.

장르로 봤을 때, 각각 코믹액션 - SF블록버스터 - 치정멜로 라
겹치지도 않으니, 관객들의 구미에 따라 시장을 양분하고 있구요.

흥행 배경에는
봄 날씨가 요즘 워낙 좋아주시니까, 꿀꿀한 거 보다는 속 시원하고 보고 싶은 관객들의 심리도 작용하여
우선 위의 두편 흥행가도,
<박쥐>는 좀 예외라고 해야겠죠.

거기에 <엑스맨 탄생 : 울버린> 같이(아.. 요즘 헐리웃은 시리즈물의 프리퀄 제작이 인기인가보죠?)
그냥 저냥 볼만한 헐리웃 SF액션물이 선전하고 있고,

한국영화로는 <인사동 스캔들>(장르: 범죄 드라마)이 뒤를 이어 고전하고 있습니다.


:: <인사동 스캔들>의 기획 배경 ::

1991년
천경자의 <미인도>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된 <미인도>를 보고, 화백 스스로 "내 그림이 아니다"라고 주장
진위 논쟁에 불이 붙음
결국 진품이라는 검증 결과에 천경자 화백이 절필 선언

2007년
박수근의 <빨래터>
경매 사상 최고가인 45억 2000만원에 낙찰
그러나 미술 전문 격주간지 '아트레이드'가 창간호에서 제기한 위작 의혹을 시작으로 아직도 법정 공방 중

2008년
석조일경삼존삼세불입상(石彫一莖三尊三世佛立像)
통일신라 715년 작품. 고미술 경매사인 아이옥션에서 경매가 50억으로 출품
가짜 논란으로 경매가 취소

10월에는 검찰 수사결과 이중섭과 박수근 화백의 그림 2천800여점이
무더기로 위작으로 판명돼 충격을 주기도


=====> "당신이 본 모든 것은 가짜다!"  <=====
라는 컨셉에서 이야기 출발


위 연도별 정리된 사건들은 실제 신문지상에서도 떠들썩 했던 사건들입니다.

캬~ 구미 확~! 땡기죠? 뭔가 엄청난 음모가 있는 것 같고.

보통 영화 시나리오는 이렇게도 개발이 됩니다.
신문 열심히 읽는 거죠. ㅎㅎ
사실 사회 돌아가는 게 영화보다도 더 흥미진진하고 더 골때린다구요~
(물론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완전 제3자의 철딱서니 없는 시선에서이지만.ㅎㅎ)


그런데 문제는!!!
이 재미난 소재를 가지고 왜 영화가 흥행이 매우 저조하냐는 거죠?!
도대체 머가 문제일까나??



게다가 사기극이잖아요?
적어도 저는, <범죄의 재구성> 처럼 흥미진진할 걸로 기대를 했지요.

배태진(엄정화)나 이강준(김래원), 일단 두 무리로 나뉘고,
배태진 일당, 이강준 일당의 속고 속이는 암투는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골치가 아픈 거죠.
이야기에 집중은 안되고.
왜일까? 왤까?..... 왤까~~!


- 캐릭터들에 너무 힘이 잔뜩 들어가서 그런가?? 하여간 캐릭터가 어려웠던 건 확실!! 

  이거 원 빵을 빵빵하게 먹음직하게 이스트로 부풀려놨는데
  앙꼬 없는 찐빵이란 말이지. 

  -> 이강준(김래원)을 돕는 고아 3인방은 너무 비현실적으로 쉽게 미션에 성공하고,
  -> 배태진(엄정화)이 그렇게까지 악바리가 된 이유가 설득이 잘 안된 점도 있고,
  -> 이강준이야 당한만큼 돌려주는 선도 악도 아닌 애매한 캐릭터.
  -> 경찰인 홍수현은 처음부터 끝까지 밑도 끝도 없이 발악하며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이거이 참 어설프단 말이죠~~)

- <범죄의 재구성>처럼 경쾌하게 유들유들 사건을 약올려가며 풀어가기 보다는
   악에 받친 배태진(엄정화)가 지랄하는 것으로 사건을 클라이맥스로 끌어올렸는데
   이거 원... 섬뜩하고 주인공을 압박하는 카리스마가 아니라

   말그대로 지랄로 보였던 것은 안습... (아.. 오늘 사용하는 단어 쎄다. ㅋㅋ)
   사건의 핵심이 이런 식이니 얼개가 허술해 보일 수 밖에.

- 이야기에도 모순이 있어요!
  이강준이 가짜 '벽안도'를 만들어서 일본에 심는 바람에 이 소동이 일어난건데,
   (일어난 게 아니라 이강준이 의도적으로 배태진을 잡아쳐넣으려고 이 소동을 만들어낸 건데)
  이게 애초 말이 안되는 것이,
  그가 만든 가짜가 모든 사람이 진짜로 믿을 정도로 정말로 완벽하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가 시작된 것인데,
  그렇다면 이강준이 복원하고 복제하는 과정에서
   자기 능력으로 되지 않아서 손병호의 힘을 빌리는 것 자체가 모순인거죠.
   완벽한 가짜를 만들 정도면 복제 자체도 지 혼자 할 수 있는 거지.

  영화 마지막에 그 벽안도를 심은게 이강준 자신임이 밝혀지는 것이
  마치 반전처럼 들어가 있지만
  반전은 개뿔, 더 혼란스럽고 말도 안되! 라는 소리만 나오지... 쩝.

- 아직은 대중화되지 못한(많이 대중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어려워하는)
   미술을 소재로 너무 전문적으로 들어가서 골치아파서??

- 미술/의상/소품에 너무 힘을 쏟은 나머지 오히려 과다한 느낌도? 절제 좀 하시지.
   이 영화는 미술 보여주려고 만든 영화같아서리...

- 너무 급한 이야기 전개..




제가 만약 이 영화를 마케팅 했다면,
전 저 기획의도 부분을 좀더 빅 이슈, 빅 스캔들로 만들고 들어갈 것 같아요.
좀더 실화 쪽으로 몰아가는 거죠.

그래서! MBC 9시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떠들썩 하게 만드는 겁니다.
실화와 이슈를 크게 팡팡 터트려서 어느 채널이던 입방아에 오르게 하는 마케팅을 펼칠 것 같아요.

게다가 일본으로 국부가 유출된(되고 있는) 엄연한 역사가 있으므로
이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서 더욱 이슈화 시키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민성을 건드리는 거죠.)


그리고, 제가 만약 기획PD여서 이 시나리오를 개발한다면..... 움....

좀 더 한국 전통 문화재에 대해 폭넓게 다루면서(대신 짧고 굵게)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을 높여줄 수 있는 그런 부분을 건드려줘서
애국심에 호소하는 내용을 삽입해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 볼 것 같으며,

현실성 없는 배태진이라는 캐릭터를 포기하고 (철저한 악인인데 관객에게 이해시키려고 했으니 이거 어렵지요.)
다른 악의 축을 개발해 본다거나...
(배태진 같은 사람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일본넘의 꼭두각시였고 결정적일 때 배신 혹은 죽임을 당하고, 결국에는 일본넘이 직접 등장하여 사건을 교묘하게 뒤통수 친다거나.)

아!!!

이야기가 싱거운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이강준에게 시련이 없어요!!

이강준은 이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배태진에게 당한 기억이 있다는 것을 가지고 있을 뿐,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특별한 위협도 없이 승승장구 하는 거죠?

주인공이 위험에 빠져서 관객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주인공이 어떻게 위기에서 극복해나가나
지켜보는 이야기가 아닌 거죠.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이기는 사기극만 벌이고, 그것을 하나하나 영화는 보여줄 뿐이죠.
그러니 싱겁구나!!

주인공에게 빼도박도 못하는 절대적인 시력을 줘야 하겠군요.
목숨을 걸고 만들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영화 속에서는 이강진이 자신은 이 일에 몰빵했다고 말했는데,
그 몰빵이, 정말 목숨을 건 몰빵이어야 스릴 만점 아니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