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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포장지와 내용물이 너무 다른 영화(스포일러 포함)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0. 22.

<파주>포장지와 내용물이 너무 다른 영화(스포일러 포함)



<파주>는 싸구려 홍보마인드가 영화의 본질을 얼마나 훼손시킬수 있는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영화의 홍보촛점은 오로지 형부와 처제의 금지된 사랑.하지만 <파주>는 결코 거기에 촛점이 맞추어질 영화가 아닌데,얄팍한 홍보덕에 싸구려 저질 에로물로 둔갑을 해버리고 말았다.


<파주>의 스토리는 설명하기 참 힘들다.
우선 관객 자신이 상당한 집중을 하고 감상을 하지않으면 때로는 스토리라인을 놓칠 정도로  과거(과거도 7년전/8년전으로 나뉨),현재를 오가는 배열을 해주었으며,박찬옥감독이 '파주'라는 도시에서 보았던 이미지가 '안개'인건가 싶을 정도로 영화는 흐리고 탁하다.

내용적으로 본다면 <파주>는 2가지 시점에 따라 해석이 다르게 보이는 영화라고 평하고 싶은데, 하나의 시점이 형부로 나오는 중식(이선균)을 중심으로 보는 시각이라면,다른 하나는 처제인 은모(서우)중심의 시각.


영화속에서 한없이 희생하고,갈등하고,고뇌하는 인물 중식.
그에게 '파주'란 도시는 기다림의 도시이고,떠날수없는 도시이다.과거 자신의 행동의 도피처로 온 도시속에서 새롭게 만난 여인과 그 동생과의 인연 역시 비극으로 끝나고,그런 그에게 '파주'에 남아있음은 자기자신에 대한 반성이자,번민이다.


그에 반해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보았던 은모.
그녀가 다시 돌아왔던 '파주'는 안개가 가득찬 흐리고 탁한 도시였으며,그녀는 다시 앞을 볼수 없는 도시로 돌아온다.영화는 그녀가 떠난 이유는 알려주지만 다시 돌아오는 이유를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다.왜냐하면 <파주>는 돌아온 이유가 중요하지 않으며,다시 한자리에 만나는 순간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파주>
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철거현장이 롱테이크로 구성되는 장면인데,마치 은모가 중식의 세계로 들어가는듯한 장면이 나온다.은모는 그동안 알수없었던 어둡고,흐리게 가려진 중식의 세계로 다가서면서 처음으로 중식에게 '형부'라는 호칭을 사용하면서 중식과 대화를 한다.

"이런 일 왜 하세요.이 일이 형부한테 무슨 보람이 되죠?"(은모)
"처음에는 멋져 보여서,그 다음에는 갚을 게 많아서,그리고 지금은 그냥 모르겠어.늘 할 일이 생기는 것 같아"(중식)

중식은 은모에게 진실을 알려주어 자신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는걸 거부하고,이후 한 장면 나오는 형부와 처제와의 키스 장면은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충분히 다양한 해석이 나올수 있는 장면이었다.내가 해석하기엔 중식은 은모를 언제까지나 지키고 보호하고 싶었기 때문에 떠나 보내기 위한 행위라고 보았고,앞서 말한 롱테이크 이후 이어지는 이 장면들이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장면들이자 가장 감독이 고심하고 만들었을 대목이다.그러나 이장면들이 싸구려 홍보에 이용되면서 금단의 사랑에 소재로 재가공되고 말었다.


개인적 평가할적엔 상당히 절제되었고 품격이 있는 드라마를 가진 영화 <파주>.
마치 유리공예품 같이 섬세한 손길로 다루지않으면 자칫 부숴지기 쉬운 소재를 박찬옥 감독이 잘 다듬어서 '파주','사랑' 그리고 '인물'을 '관계'속에 잘 집어넣어서 이야기를 만들어 주었다.

다소 이야기가 지루할수도 있고,시간대적 배열이 어지러울수 있어 관객에게 늘어지는 감도 줄수 있지만 <파주>는 한 남자의 슬픈 운명의 이야기로 충분히 매력을 느낄만한 영화일수도 있고,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한 여자의 슬픈 사랑의 이야기로 볼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파주>는 도시'파주'의 이미지와 사랑을 다소 어렵게 풀었지만,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등과 함께 볼만한 요소는 충분히 많다고 생각한다.

<파주>는 감정선이 미묘하기 때문에,감정선 따라가는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다.그리고 에로와 금단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는다면 절대 가지말라고 하고싶다.이 영화는 포장지에 홍보내용대로 나온 그런 영화가 절대 아니며,상당히 절제되었고,품격을 가진 영화이기 때문이다.

*2009년10월29일 개봉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