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흥행수입 1억불의 화제작, 그러나 한국에서는?
<커플 테라피:대화가 필요해>는 제목이 더 눈에 들어오는 영화다. 원제 <Couples Retreat>를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커플피서지" 정도인데, 제목처럼 영화내용도 커플들이 휴가를 즐기러 가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수입사는 이것을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하기보다는 <커플 테라피:대화가 필요해>라는 제목으로 바꾸는 선택을 했다. 테라피는 치료법이라는(사실 난 테라피를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의미이니 커플치료법으로 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의 제목이다. 이건 영화내용과는 부합되므로 틀린 선택은 아니었다. 다만 조금 과도한 친절이 담긴 80-90년대 비디오테이프의 제목 같아서 그렇지만.
왜 이런 친절을 베풀었을까? 이 의문은 이 영화를 수입한 영화사가 가진 고민과 연결이 될 것이다. 제목의 어려움만큼이나(커플피서지 라는 식으로 내놓아도 이상하지만, 그렇다고 커플 리트리트 라고 하는 것도 조금 무책임해 보이긴 한다), 이 영화는 한국극장가에선 뭔가 부족함이 보이는 영화다. 분명 <커플 테라피:대화가 필요해>는 북미극장가에서는 1억불을 돌파한 영화다. 예전보다는 1억불 돌파의 의미가 퇴색하긴 했지만, 아직도 상징적 의미는 일정 남아있으니 흥행적인 면이 일정 검증이 되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커플 테라피:대화가 필요해>가 부족해 보인다? 이유는 헐리우드가 배출하는 북미 1억불 작품 돌파 작품 중 <커플 테라피:대화가 필요해>는 지역적 성향을 타는 영화기 때문이다. 출연배우들의 인지도가 있긴 하지만, 전세계 배급영화에서 보증수표 같은 모습을 보이는 특급배우가 나오는 영화가 아니다 그리고 연인들이 아닌 부부들이 등장하는 영화로 부부들이 등장하는 로맨틱코미디물이다. 게다가 상담치료라는 조금은 서구적인 개념을 소재로 잡았다. 미국에는 어느 정도 먹힐 요소들이 보이는 영화지만, 한국 등 그 외 시장에서는 상당한 불리함을 가진 영화가 <커플 테라피:대화가 필요해>다.
위기의 커플들을 다룬 영화 스토리
<커플 테라피:대화가 필요해>는 이혼 위기에 처한 친구 커플을 위해 다른 3쌍의 커플이 함께 리조트로 여행을 온다는 내용이다. 이혼 위기의 커플은 사랑의 회복을 위한 커플 상담치료를 위해, 다른 커플들은 놀기 위해서 온 휴가. 그러나 강제적으로 그 커플 상담치료 프로그램에 다같이 참가하게 되면서 해프닝이 벌어지게 된다.
스스로 원만한 부부라 생각했던 이들은 서로에게 무관심한 것이고, 너무 일찍 결혼한 부부는 다른 이성에게 눈길을 더 준다. 그리고 이상적인 계획 등에 집착한 부부는 서로에게 너무 압박적이며, 나머지 한 커플은 그냥 따라온 커플이다. 서로 다른 의미와 목적으로 온 4쌍의 커플들은 사랑의 위기, 치료, 회복 등을 겪는 6박7일의 여정을 보낸다. 이 모습은 흡사 부부클리닉의 특집방송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TV예능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기도 했다.
극 중 위기의 커플들만큼이나 위태로운 영화전개
북미의 지역적 성향이 담긴 듯한 <커플 테라피:대화가 필요해>. 그렇다면 내용 자체는 재미가 있었을까? 중간중간에 빵 터지는 웃음을 주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영화 자체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요가 장면이라든가 마사지 장면, 그리고 기타 장면 등에서는 웃음을 주지만 그것은 일회성이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단조롭고, 억지스럽다. 어떻게든 상담치료 프로그램에 맞춘 전개를 하기 위해 작위적인 설정을 열심히 끌어들인다. 그리고 마구 벌린 이야기들은 마지막에 언제 그랬냐는 듯 대화합의 화해의 장을 열고 마무리 한다. 이런 식상한 전개는 여타 코미디물에서도 충분히 나오지만 우리의 기억에 남거나 사랑받는 영화들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나 배우들의 힘으로 관객에게 그 부족함을 못 느끼게 만들어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커플 테라피:대화가 필요해>는 그렇지 못했다. 그저 아름다운 남태평양 휴양지의 보라보라섬에서 괜히 화해하려고 일부러 싸움을 거는, 그리고 부추기는 사람들만 보였다.
더구나 영화 속에서 4커플을 다루는 것도 무리스러웠다. 차라리 3커플 정도로 하고 감정전개를 조금 더 충실하게 했으면 어땠나 아쉬움이 든다. 흑인커플은 도대체 왜 나온 걸까?
머리에 남는 건 여배우들의 수영복 모습
그냥 저냥 아무 생각 없이 보는 영화로 추천하기에도 왠지 부족함이 드는 영화 <커플 테라피:대화가 필요해>. 정신 없이 웃긴 스타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야기 전체가 아주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영화 자체로는 로맨틱코미디의 매력은 분명 약하며, 그렇다고 중장년층에게 크게 어필한 위기의 부부 문제를 재미있게, 또는 심각하게 다루지도 못했다. 그저 흥미로운 건 리조트의 프로그램과 파티뿐이다. 조금 더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레옹>의 장 르노가 저런 연기도 하는구나 하는 신기함이다.
다만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점은 3명의 여배우들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와치맨>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말린 애커맨, <섹스 앤 더 시티>로 유명한 크리스틴 데이비스, <히어로즈>로 국내에 친숙한 크리스틴 벨. 이 3명의 여배우들을 보는 재미는 분명 있다. 거기에 수영복을 입은 서비스 장면도 나온다.
어쩌면 <커플 테라피:대화가 필요해>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제작자와 감독일지도 모르겠다. 제작자는 <아이언맨>의 감독이며 직접 <커플 테라피:대화가 필요해>에 출연도 한 존 파브로, 감독은 <아이언맨>을 제작한 피터 빌링슬리. 서로 제작자와 감독의 위치를 바꾸어가면서 작업 했다는 점, 왠지 굉장히 특이하단 생각이 들지 않나? 다만 <아이언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재미는 없다는 게 아쉽지만.
*영화 속에서 '한국마사지'를 언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순간 당황스러웠다.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게 마사지라니!
*박스오피스 모조를 들어가 흥행성적을 보니 북미 1억 불 + 그 외 지역 6천만 불 수입이다. 북미-해외 비율이 다른 로맨틱코미디물에 비해 북미에 상당히 치중된 모습이다. 역시 우리나라 외 다른 국가들도 받아들이기 난감했던 영화였나 보다.
*언론/배급시사회를 놓쳐서 따로 예매를 해서 보았는데, 극장에 딱 2명이 입장했었다. 그나마 처음엔 나 혼자다가, 시작하고 10분쯤 지나서 한 분 입장해서 2명이 된 거다. 까닥했으면 나 혼자 극장 전세낼뻔 했다.
*2010년2월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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