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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대병소장>언제나 기대감을 가지게 만드는 이름, 성룡!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5.


성룡의 99번째 출연 작품

우리나라에서 성룡 영화를 접한 세대는 실로 다양할 것이다. 그만큼 상당한 수명력을 가지고, 오랫동안 우리들의 사랑을 받아온 큰 형님, 성룡. 그의 작품을 시기별로 구별을 해 본다면 70~80년대 초반인 <취권>, <사형도수>, <소권괴초>로 대표되는 정통코믹무술, 80년대 중반~90년대 중반인 <폴리스 스토리>, <프로젝트 A>, <용형호제>로 대표되는 현대코믹무술, 90년대 말~ 현재에 이르는 <러시아워>, <턱시도> 등으로 대표되는 헐리우드 진출시기 등의 3분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중간중간에 앞 시기와 겹치는 작품들도 있고, 헐리우드 진출 후에도 중국과 홍콩에서 다양한 작품을 내놓기도 했으나 대표작들의 성격을 통해 분류를 해본 것이다.

이런 분류가 가능할 만큼 오랜 활동을 하셨고, 세대를 초월해서 사랑을 받아온 영원한 형님 성룡의 99번째 출연작 <대병소장>. 이번 작품에서는 기획, 제작, 주연, 각본, 무술감독을 겸했고, 제작비도 250억 원이 투입된 대형작품이다. 중국에서는 지난 설 연휴에 극장개봉을 했었지만 한국극장가에는 조금 늦게 개봉을 하게 되었는데, 조금 더 빨리 들어와서 구정에 개봉을 했다면 명절 극장가의 대명사인 성룡 영화라는 기쁨 덕에 더욱 반가웠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이번에는 치열한 전투에서 살아남는 강한 생존력의 병사가 되어서 돌아왔다. 장군이 아닌 졸병으로.


'태평'을 꿈 꾸며 살아간 자들

<대병소장>의 시대적인 배경은 기원전 227년, 양 나라와 위 나라가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시기이다. 두 국가가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전장에서 살아남은 자는 두 명. 양 나라의 졸병(성룡)과 위 나라의 장군(왕리홍)이다. 졸병은 장군을 양 나라에 포로로 데려가 보상금을 받고자 하나, 그 여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장군을 쫓는 무리, 도적떼, 그리고 의문의 여자. 태평을 꿈꾸며 농사일을 하며 살아가고픈 한 졸병과 명예로운 전장의 장수가 되고픈 장군은 같이 다니게 되면서 적이 아닌 동지로서 점점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상황은 결코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질 않는다.

<대병소장>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키워드는 '태평'이다.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고 싶은 마음을 담은 단어 '태평'. 그러나 시대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혼란 속에서 비겁한 탈영병이란 오명을 쓰면서도 살려고 노력하는 졸병은 헛된 죽음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장군은 명예롭게 죽고 싶을 뿐이란 걸 강조한다. 이런 두 사람이 교감을 나누면서 서로의 모습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배운다. 명예롭게 죽는다는 것의 의미와 살아가야 한다는 것의 의미를. 그리고 두 사람 모두 '태평'을 꿈 꾼 자들이었다.


자신보다 동료들의 역할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성룡

영화의 내용을 다소 무겁게 전달한 게 아닌가 싶은데, 사실 전체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볼 만한 내용이다. 후반부에 이야기가 급격히 무게감이 실리는 점이 있긴 했었지만, 성룡의 가장 최신 개봉작인 <신주쿠 사건>에 비하면 그 무게감은 실로 가볍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너무 어두웠던 <신주쿠 사건>에 비해 경쾌함이 들어간 점이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주먹과 발을 사용한 점이 좋았다. <신주쿠 사건>에서 싸움을 전혀 못 하는 캐릭터로 성룡을 만나는 게 정말 어색했었다.

그리고 이번 <대병소장>을 보고 아쉬우면서도 마음에 들었던 점은 성룡이 이제는 완전히 자신을 낮추면서 다른 배우들을 부각시키는데 완전히 익숙해졌다는 느낌이 든 점이었다. 이전의 성룡의 영화는 그의 비중이 거의 절대적이다 싶을 정도로 의존적이었다. 사실 <대병소장>에서도 주연이긴 하지만 예전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무술연기 역시 이야기의 구조 상 들어갈 정도만 넣고 필요 이상으로 남발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요인들 때문에 예전보다 무술 비중을 낮춘 것이긴 하지만, 그의 무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아닌, 이야기를 풀어가는 와중에 들어가는 무술의 방식은 캐릭터와 다른 배우들의 비중을 조금 더 높여주기 때문인지 이야기 전체적으로는 흥미가 가는 면도 있다. 물론 성룡의 무술이 점점 사라지는 점은 아쉽지만, 그의 슬랩스틱 코믹연기와 여러가지 개인기는 영화에서 여전히 빛이 나니, 너무 큰 실망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영원한 우리의 형님 성룡

이제는 와이어를 사용한 성룡의 무술을 보아야 하고, 예전 같지 않은 무술의 합을 보아야 하는 시간의 흐름은 아쉽다. 예전 그의 무술은 클래식이자 전설같은 장면으로만 우리 기억에 남는 것만 같아 슬프기도 하다.

하지만 비록 무술 한 장면 나오지 않는 영화일지라도, 헐리우드의 밋밋한 역할을 맡을지라도, 하다못해 목소리만으로 출연할지라도 성룡이 나온다는 사실은 언제나 반갑다. 그리고 기대감을 가지게 만든다. <대병소장>은 그의 전성기 시절의 영화에 비하면 재미나 완성도 모두 현저히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일정 부분 그런 점을 느꼈다. 그러나 헐리우드에서 출연한 성룡의 영화들보다는 그 자유분방함은 월등하다. 그를 활용할 줄 아는, 아니 스스로 활용해가는 성룡의 매력은 <대병소장>이 몇 배는 앞선다. 게다가 전성기에 비해 재미의 부분은 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성룡은 영원한 우리의 형님이 아닌가!

그리고 이제는 클래식이라고 여겨지는 그의 마지막 무술의 합은 <용형호제3>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앞서 임의로 분류했던 시기들 중에서 첫 번째 시기의 마무리를 <취권2>로 지었다면, 두 번째 시기의 마무리는 아마도 <용형호제3>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번째 시기들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열광했던 나로서는 <용형호제3>을 기다리며 다시 한 번 기대감을 가져 본다. 그 전에 올해 만날 수 있는 성룡의 작품으로 헐리우드 영화 <가라데 키드>도 있다고 하니 성룡의 팬들이라면 2010년 한 해는 꽤 재미있는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대병소장>이 국내에서 화제를 모은 또 다른 이유는 유승준이 출연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그의 역할은 적지 않은 비중의 역으로 주연급 조연으로 보아도 무방할 수준이었다. 연기 자체는 많은 폭을 보여줄 만큼의 역할은 아닌지라 언급하기 힘든 편인데, 무난한 정도였다 정도로 평가하고 싶다. 국내 일각에서는 병역문제와 연결시켜 그의 출연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성급하게 이 영화를 매도하거나 공격하는 분들도 있던데, 그냥 영화로만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가 영화까지 매도 당할 정도로 천인공노할 강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아닌데 너무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것은 심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영화로만 평가했으면 한다.

*2010년3월1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