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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존>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2. 28.


판도라 행성을 누른 두 남녀의 편지

<디어 존>이 근래 개봉작 중 단연 화제를 모은 이유는 <아바타>때문일 것이다. 말 그대로 전세계 박스오피스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으며, 북미에서도 7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차지하면서 질주하던 <아바타>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작품이란 점은 충분히 화제를 모을 만한 요소이긴 하다. 어차피 내려올 시점이긴 했지만 어떤 작품이 <아바타>를 누를 것인가 라는 점은 언론이나 호사가들 입맛에 딱 맞는 이야깃거리였으니. 그렇다고 이 작품이 <아바타>를 누른 이유를 따진다든가, 어떤 점이 좋아서 등을 이야기하는 건 정말 무의미하다. <아바타>는 내려올 시점의 영화였고, <디어 존>은 나름대로의 흥행력과 좋은 개봉 시기를 잡았다 정도로 보면 될 텐데, 구구절절 이유를 찾고 비교할 필요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디어 존>은 세상에서 변하는 것들과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 소재에 대해 미리 아신 분이나, 포스터만으로 눈치를 챌 정도의 센스를 가진 분이라면 바로 머리에 영화의 대강의 흐름이 잡혔을지 모른다.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사랑 이야기

<디어 존>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니콜라스 스파크스가 쓴 원작소설은 이미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이다.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소설은 이미 <병 속에 담긴 편지>, <워크 투 리멤버>, <노트북>, <나이츠 인 로덴스> 등이 영화화 되었으니 어찌 보면 <디어 존>의 영화는 당연한 수순이었을 지도 모른다. 베스트셀러 작품이며, 이미 영화판에서 일정 검증이 된 작가의 작품. 헐리우드에서 안 만든다는게 이상할 정도다.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있다" 는 독백으로 시작으로 하는 <디어 존>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에 빠진 남녀가 있고, 그들에겐 만남과 이별이 있다. 기다림의 아픔이 있고, 아쉬움의 눈물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알아가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다룬다.

군복무 중 2주간의 휴가를 맞아 고향에 온 존(채닝 테이텀)은 우연히 여대상 사바나(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2주간의 시간을 보낸 후 서로의 미래를 약속하면서 서로에게 편지를 쓰며 사랑을 확인하자고 약속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은 순순히 내버려두지 않고, 그들은 그 현실 속에서 점점 엇갈리며 다른 길을 걷는다. 짧은 만남과 긴 헤어짐을 통해 남녀가 어떻게 만나고 엇갈리는 지를 다루며, 그들의 사랑이 스치듯 지나치는 찰나의 사랑이었는지, 아니면 헤어질 수 없는 운명의 사랑이었는지를 이야기하는 <디어 존>.


진부한 이야기를 보완해준 캐릭터의 힘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다소 단조롭기도 하며, 그다지 새로운 면도 보이지 않는 소재다. 다만 조금 흥미롭게 보인 점이라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배경에 9.11 테러와 테러와의 전쟁 등 미국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한 연인의 사랑이야기의 배경으로 집어넣어 그들의 운명으로 연결시킨 점 정도이다. 그러나 어차피 사랑이야기고, 신파적인 흐름이다. 그러니 진부하게 보일 여지도 크며, 작위적이라 보일 만한 부분들도 있다.

그러나 <디어 존>의 강점은 캐릭터로, 캐릭터의 개성이 아주 좋다. 과거를 딛고 군대를 통해 스스로에게 채찍을 가하는 남자, 이 남자가 만난 운명의 여인을 마음에 담아두고, 잊으려고 노력하는 방식은 순수함이 묻어있다. 또, 자기희생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찾는 여자의 모습은 애틋함이 보인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어떤 면에서는 바보 같은 사랑을 한다. 너무나도 한 방향만 생각하고 사랑하는 바보 같은 사랑. 이 두 사람의 모습은 요즘 세태에서는 정말 보기 드문 순애보적인 모습이다. 물론 소설이고, 영화라서 그럴테지만.


차세대 헐리우드 스타 채닝 테이텀과 아만다 사이프리드

변한 것은 시간과 사람이고, 변하지 않는 것은 추억과 그 속에 담긴 사랑이란 걸 보여준 영화 <디어 존>. 조금은 의외스러운 반전을 주어 가볍게 놀라기도 했으며, 전체적으론 꽤 차분한 전개를 해서 답답하다는 느낌도 들었던 영화이다. 아쉽게 느낀 점은 마무리의 급작스러운 전개인데, 아마도 이 부분은 원작소설이 텍스트로서 차분하게 감정이입을 할 공간적 여지가 있었지만 영화는 그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 보인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재미는 바로 흥미로운 배우의 조합이다. 채닝 테이텀과 아만다 사이프리드라는 헐리우드의 떠오르는 스타들의 연기는 조금은 뻔하게 흐를 스토리를 캐릭터의 힘으로 멋지게 포장해주는데 큰 시너지 효과를 주었다. 물론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내공도 만만치 않았다. 명작이나 수작 급의 작품으로는 내놓지 못했지만, 평균이상의 진행을 해준 점은 역시 관록의 힘이라는 느낌이었다.


일정 수준의 만족은 주는 멜로물

<디어 존>에서 다룬 평생 마음에 담아둔 사랑이란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호소력을 가지며 이야기되고, 만들어지며, 전해지는 내용일 것이다. 이런 소재를 다룬 <디어 존>은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은 아니다. 그저 일정 수준으로만 나온 멜로물이다. 그러니 큰 기대를 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한 편의 사랑이야기를 보러 간다면 일정 만족을 하실 작품이 될 것이다. 그러나 깊이와 울림을 원한다면 실망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가 어떤 면에서 한국사회에 조금 더 와 닿는 면이 있다면 군대라는 코드가 들어가서 일지도 모른다. 그 점이 감성을 자극하는데 다른 국가보다 병역의무를 가진 한국사회에서 어필하는 면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잔잔한 영화 한 편 보러 간다는 생각으로, 거기에 매력이 넘치는 헐리우드의 신예스타 2명을 본다는 마음으로 보실 분에게는 추천하고 싶다. 게다가 채닝 테이텀의 멜로 연기는 꽤 멋진 수준이니 여성 팬들은 더 행복할 것이라 생각한다. 채닝 테이텀과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앞으로의 필모가 너무나도 기대되는 배우들이다. 그렇기에 난 이 영화가 좋았다.

*2010년3월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