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스러운 판타지돌 퍼시 잭슨
직설적으로 표현하겠다.<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은 정말 민망하며 바보스럽다.조금 더 강하게 표현하자면 관객의 수준을 우습게 본 판타지물이다.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은 <해리 포터>의 성공을 지켜보며 군침만 흘리던 다른 헐리우드 제작사가 우리도 시리즈를 만들겠다는 야심으로 원작 판권을 구입해 만든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물론 <반지의 제왕>처럼 처음부터 시리즈를 동시에 제작한 작품은 아니다 보니 1편이 망하면 이후 시리즈는 당연히 안 나오게 될 작품이다.그리고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사람은 해리 포터를 헐리우드에 데뷔시킨 크리스 콜럼버스.그가 이번에는 퍼시 잭슨을 '판타지돌'로 헐리우드 데뷔시키고자 나섰다.하지만 이번에 데뷔시킨 '판타지돌'은 보기 민망한 실패작이 아닌가 싶다.왜냐고?
그럴듯한 설정은 말도 안 되는 전개로 이어진다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의 핵심 키워드는 그리스 신화 와 현대사회,그리고 퓨젼이다.그리스 신화 속 신과 괴물들이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우리와 함께 존재한다는 상상으로 출발하는 스토리는 신화를 현대문명에 결합시켜 문명의 과학력과 신화의 판타지성을 양립시켜 보는 시도를 한다.
이런 발상 위에 나온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은 어느 날 제우스는 번개를 도둑 맞으며 시작한다.그리고 그 범인으로 지목된 자는 주인공 포세이돈의 아들인 퍼시 잭슨.제우스,포세이돈,하데스 이 삼형제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은 못하지만,그들이 인간과 접촉하여 낳은 신과 인간 사이의 자식 '데미갓'은 침범이 가능하므로 도둑질 한 자로 지목이 된 것이다.퍼시 잭슨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번개의 행방을 찾고자 하데스를 찾아 나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제우스,포세이돈,하데스 등의 신들이 현대사회에 존재하고(물론 통로만 현대사회에 있다는 것이지만) 데미갓이라는 신과 인간 사이 자식이 현대사회에 존재한다는 설정 등은 흥미롭기도 하다.하지만 영화는 퍼시 잭슨이 번개도둑이라는 오인을 받으면서 다른 신들의 공격을 받고,스스로 그 오해와 행방을 찾는 여정을 떠나는 과정이 너무나도 말도 안 되는 억지스런 전개로 실소를 준다는 점이다.
사방팔방이 엉망진창
먼저 짚고 싶은 건 말도 안 되는 '각성'이다.영화 속 데미갓의 캠프는 마치 군사훈련 캠프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칼 싸움,활 쏘기 등 훈련을 무한 반복하는 데미갓의 모습은 굉장히 측은해 보였다.자기 부모 중 한 명인 신은 얼굴도 못 만난 비참한 현실에 죽도록 훈련만 하는데,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칼 한번 안 휘둘러 본 퍼시 잭슨은 타고난 혈통 덕에 불과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캠프 내 최강자가 되어버린다는 일.다른 데미갓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퍼시 잭슨은 포세이돈의 아들답게 물을 자유자재로 다루고,물로 인해 무한 치료되고,그 앞에서 다른 데미갓들은 그저 들러리일 뿐이다.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퍼시 잭슨 앞에서 박수치고,축하해주는 일이다.해리 포터도 혈통이 좋았지만 이 정도로 밸런스 차이를 두진 않았다.
다음은 '번개'다.영화에서 번개는 엄청나게 중요한 무기처럼 이야기한다.하지만 후반부에 나온 번개의 모습은 사실 초라해 보였다.아니,이거 가지고 신들이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난리 친 사실이 민망해 보일 지경이었다.거기에 번개가 없어진 과정이나 도둑 등의 진실은 잘 짜여진 이야기를 보는 게 아닌 생각나는 대로 만든 이야기란 생각이 들 정도다.
세 번째는 영화 속 '시간의 흐름과 이동'이다.영화는 퍼시 잭슨이 번개도둑에 대한 오해를 풀고자 지옥으로 갈려고 하며,그러기 위해선 진주 3개를 찾아야 해서 진주가 있는 3군데 장소인 M부인의 상점,네슈빌에 있는 신전,그리고 라스베가스 카지노 등을 가며 영화의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한다.그런데 영화를 보는데 네슈빌에서 라스베가스를 너무나 신속하게 넘어가길래 조금 신기하다 싶었는데 나중에 웹 검색을 해보니 네슈빌이 있는 테네시주 와 라스베가스가 있는 네바다주 거리는 상당했다.그러나 영화 속 시간의 흐름과 대사로 유추하면 가볍게 가는 일정으로 조금 더 준다고 쳐도 너무나 신속한 이동을 했다.그것도 단지 자동차만으로.내가 영화를 보면서 쓸데없는데 트집을 잡는 건지,영화가 성의가 없는 건지 의문이 든다.대표적으로 이동을 꼽은 거지,영화는 곳곳에서 이런 식의 억지 내지 무성의 투성이다.메두사,히드라 등으로 이어지는 진주 찾기 여정도 그냥 보아도 황당함과 억지스러움의 연속이다.
마지막으로 짚고 싶은 건 올림포스신전에 모인 12명의 신들의 바보스러운 행동들.신들은 그야말로 바보들이다.번개 없어졌다고 서로들 싸우고 투덜거리면서 기껏 한다는 행동이 퍼시 잭슨에게 약속한 시간이 흘러가는 걸 시계로 지켜보는 것이다.그들은 2주 동안 번개 찾으라고 시간 주고는 신전에 모여 노닥거리는 게 전부인 건가?그러고는 모든 진실을 푼 퍼시잭슨에게 "미안했다"고 하면 그만인 건가?이게 그리스신화 속 신의 모습?아,정말 바보스럽다.(하얀 공백 부분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보실 분만 마우스로 긁어주기 바람)
영화에서 설정이나 전개는 분명 억지스러울 수 있으며,상상력을 구현하면서 비약도 할 수 있다.하지만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은 장점을 칭찬해주고 싶어도 찾기 어렵거니와,가장 중요한 건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퓨젼 그리스 신화의 완벽한 실패
그리스 신화의 신들을 바보로 만들어 버리고,혈통 안 좋은 데미갓들을 루저로 만들어 버리는 바보 같은 영화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할 말이 안 떠오를 정도다.솔직히 극장에서 보는 내내 쓴 웃음만 짓고,실소했던 영화다.물론 이 영화의 원작은 독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 있으니 미국에서 장기시리즈로 나왔을 것이지만,내가 극장에서 만난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은 도저히 민망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의 영화였다.아동연령층을 대상으로 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는데,솔직히 저 영화가 완전아동용을 겨냥하고 나온 영화인가 의문이 든다.거기에 애들도 유치해 할 거 같다는 생각이다.
이 영화를 정리하자면 크리스 콜럼버스가 독이 든 성배를 마셨다는 표현으로 정리하고 싶다.잘하면 영광이지만,잘못하면 상처만 오는 그런 영화.해리포터의 대성공을 이어보려 한 감독의 욕심은 어처구니없는 TV용 영화 수준의 작품으로 나왔으며,이런 수준의 영화를 크리스 콜럼버스가 만들었다는 사실도 놀랍다.
굳이 이 영화를 보겠다는 분을 말릴 생각도,그럴 권리도 나에겐 없다.다만 난 3월 개봉하는 <타이탄>이나 기대하려 한다.퓨젼 그리스 신화에 대한 기대는 이제 접고 정통 그리스 신화를 기다리겠다.내 개인적 예상으로는 2편은 안 나올 거라 생각한다.물론 흥행 성공을 할 수 도 있겠지만 내 예상으로는 제대로 망할 거 같다.메두사가 아이폰을 들고 어처구니없이 당하는 모습만큼이나 영화는 어처구니 없으니까.
*2010년2월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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