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와 스토리텔링

제목과 주연배우 하나로 먹어주는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by 마담앨리스 2009. 4. 24.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상세보기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프리타 청년 텟베이(카세 료)가 치한으로 몰린 사건을 통해 일본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정통 사회 영화다.

***     ***     ***

아무런 정보 없이, 제목 그리고 주연배우(카세 료) 만으로 완전 구미 당긴 영화였다.
캬.. 제목으로 50% 후킹, 배우로 50% 후킹.

영화의 시작과 끝 이야기 모두와 주제를 이 한 문장으로 설명해준다. <그래도 난 하지 않았어>
이 영화는 카피가 필요 없다. 제목이 카피다. <그래도 난 하지 않았어>

끝내준다!

***     ***     ***

이런 시나리오에 이런 배우라면 투자자들 끝내주게 좋아한다.
(제목과 배우로 흥행성이 어느정도 담보되는 걸. 완전 보물이지.)

문제는 내용이 심각하고 무겁다는 거~  (여기서 살짝 고개를 절레절레 하지 않을까? ㅋㅋ)

그래서 투자자들은 이렇게 말을 하겠지.
"이 제목 가지고 이 배우 가지고,
장진의 <킬러들의 수다> 필 나게 장르를 바꿔 이야기를 풀면 어떨까요?" 라고.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내가 투자담당이어도 그럴 듯.

***     ***     ***

하여간, 개인적인 생각에 아마도,
이 영화의 감독(혹은 작가)는 ‘그래도 난 하지 않았어’라는 말이 재밌어서 이야기를 출발시키지 않았을까 싶다.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렇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일단 ‘그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려면 억울한 주인공이 필요할 테고,
그 주인공이 정말로 억울한 것처럼 보이는 캐스팅이어야 한다. (카세 료, 짱!!)

그 담엔 막 나가는 거지 머. 초고 쓸 땐 상상에 제한은 없다.

***      ***     ***

스토리텔링에 대해서는 이쯤 하고,
내가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눈여겨 본 장면을 소개한다.
카세 료가 변호사에게 처음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야기를 듣는 장면.

내가 만약 카세 료 였다면? 하는 기분으로 이 시퀀스를 보면,
무지하게 살 떨린다.

나라면 카세 료 같은 외침을 당당하게 외칠 수 있을까?
옳다고 생각하는 것(신념, 정의)에 자신을 완전히 내던질 수 있을까?


- 컷 설명 : 카메라, 변호사의 명함을 먼저 비추고 till up.

- 텟베이 : 역에서 치한이라고 불리곤 그대로 끌려왔어요.
- 변호사 :  취조 중에도 부인했지? 그러니까 치한이 아니라고…

- 컷 설명 : 이런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카메라, 뒤로 빠지면서 오른쪽으로 pan. 텟베이까지 한 화면에 담음.

- 컷 설명 : 텟베이가 사건에 대해 자세히 진술함.  / 진술되는 내용은 회상 씬으로 중간중간 삽임됨 / 변호사는 텟베이의 진술을 통해 그가 치한이 아니라는 주장을 변호사로서 믿어주는 입장에 섬..


- 컷 설명 : 변호사는 텟베이가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말해준다. 이 내용을 좀더 영상연출로 표현하기 위해 카메라는 두 사람을 함께 잡아주면서 점점 멀어진다.
그리고 변호사의 클로즈업 컷,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텟베이의 익스트림 클로즈업 컷.
상황의 심각함을 이야기하는 변호사를 찍은 샷은 약간 앙감에서 찍었다.
이후 텟베이의 감정상태를 드러내기 위해 익스트림 클로즈업 컷이 계속 활용된다.

- 변호사 : 재판은 힘든 과정이야.
              이런 경미한 사건이라도 혐의를 부정하면 유치장에서 지내게 돼.
 
              재판까지 가면 피해자 증언이 끝날 때까지... 자칫하면 그게 석 달이 될 수도 있어.
              난 반년이나 구류당했던 사람도 알아.
              만약 인정했으면 벌금 5만엔으로 끝날 일이었지.

             게다가 재판에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어.
             유죄 선고율은 99.9%, 무죄는 1천건당 1건 뿐이야.
             합의로 끝낼 수 있는 치한 사건을 재판까지 가져가도 자네에게 좋을 건 아무것도 없어.

             물론 변호사로서, 짓지도 않은 죄를 인정하라고 권할 순 없어.
             하지만 이게 일본의 현실이야.
             혐의를 인정하고 합의를 하면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내일이나 모레엔 나갈 수 있어.

             알겠어?
             이대로 혐의를 부인하면 3주간 여기서 취조를 받게 되.
             그리고 기소를 당하면 재판이야.
             무죄를 얻어내려면 최소한 1년은 걸려.
             게다가 결백하더라도 무죄가 되리란 보장은 없어.
             지금 인정하고 합의하면 모든 게 끝나.

             합의하려면 바로 돈이 필요해.
             가까운 사람 중 돈을 준비해 줄 만한 사람은 있나?
- 텟베이 : 안했어요….
- 변호사  : 그러네. 미안하네.




 

영화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텟베이(카세 료)를 자신이라고 생각해보자.

나 라면,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