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운명적인 사랑이 나타날 것이라 믿는 순수청년 ‘톰’, 어느 날 사장의 새로운 비서로 나타난 썸머를 처음 본 순간 강렬한 스파크를 일으키며 자신의 반쪽임을 직감한다. 이후 대책없이 썸머에게 빠져드는 톰. 그녀에게 접근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랑도 남자친구도 눈꼽만큼도 믿지 않고 구속받기 싫어하는 썸머로 인해, 그냥 친구 사이로 지내기로 하지만 둘의 사이는 점점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그녀를 천생연분이라 확신하는 톰. 이제 둘 관계의 변화를 위한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 다가오는데...
아무리 파고 또 파도 마르지 않는 샘물, 사랑, 그 불완전하면서도 격정적인 감정 상태. 사랑에 빠진 남녀 이야기라면 흔히 로맨스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보아 넘기기엔 무언가 사랑과 인생에 대한 성찰이 들여다 보인다.
첫눈에 반했다고 믿었고 그녀가 운명의 단짝이라고 믿었던 한 청년의 '격동 500일'. 1일 이후 초반의 그의 모습은 활기가 넘쳤고 행복에 겨워 보였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그는 초췌해지고 얼굴에는 냉소가 드리워진다. 사랑에 빠졌을 때와 사랑이 끝났을 때 사람의 표정과 온 몸에서 풍겨나오는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우리는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영화 속에서 그 날짜상의 순서는 뒤죽박죽 보여지지만 관객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물들의 감정과 화면의 변화를 놀라울 만큼 익숙하게 캐치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그런 감정 변화의 리듬이 영화 속 주인공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연애 한두 번쯤 해보았다면 모두가 느껴보았을 보편적인 경험이기 때문이다.
우린 모두,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에 따라 울고 웃는 경험을 하곤 하지 않나. 한참 사랑을 할 땐 열렬하게, 그게 내 삶의 이유인 것처럼 빠져들었다가 사랑이 끝난 직후엔 내 영혼이 파탄난 것과 같은 격렬한 좌절감에 휩싸이는.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 모두 500일(단 3일이건, 10000일이건 기간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만 살고 죽을 건 아니라는 거다. 501일 째 우리는 반드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예스맨>에서 인상적인 4차원 미녀의 면모를 보여주었던 주이 디샤넬의 매력은 이번 영화에서 갑절로 빛난다. 그녀의 파란 눈동자는 약간 어눌한 듯한 발음과 허스키한 음색이 내뱉는 대사보다 훨씬 많은 걸 들려주는 것 같다. 그녀가 귀찮아서 남자친구(따위)는 필요없다고 말하고 사랑 같은 건 믿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못을 박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지금 그녀가 하고 있는 게 사랑이고 연애이며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와 헤어지고 난 뒤 점차 폐인이 되어가는 남자주인공 톰의 심경 변화에 적극 동참하게 되고 만다. 그건 모두 주이 디샤넬이 연기한 썸머라는 캐릭터의 힘이다. 사랑스럽지만 결코 붙잡아 둘 수 없는 '썸머'와 주이 디샤넬, 너무나도 환상적인 조합이다. 남자주인공 조셉 고든-레빗은 영화에서 처음 본 얼굴인데 왠지 조금 허약한 히스 레저를 떠올리게 하는 푸근한 인상이다. 사랑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는 평범하면서도 단순한 남자의 얼굴을 표현하기에 역시 제격이었던 듯.
영화의 감성은 경쾌하고 발랄하다. '기대'와 '현실'이 각각 어떻게 다르게 작용하는지 그 차이를 보여주는 화면분할 기법이나, 불필요한 듯 하면서도 은근한 양념 맛을 더해주는 내레이션, 1일부터 500일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 시간 순서대로가 아니라 뒤죽박죽 보여짐으로써 오히려 그 동안의 감정의 변화를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연출은 정말 이 영화가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그렇고 그런 러브스토리는 아닌'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다.(설령 결국은 그렇고 그런 사랑이야기에 불과해 질지언정) 사랑하는 여자한테서 채인 남자가 세상에 부리는 소가지를 보며 관객들은 키득거릴 정도로 이 영화는 시크하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사랑 그까짓거 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 아니야?' 하며 조금은 유연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에 빠지면 빠지는 대로, 그게 아니라면 뭐 또 아닌대로 그렇게 살다 보면 썸머는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썸머(summer)는 가장 뜨겁고 열정적인 계절이되 유일한 계절은 아닌 것. 그 계절을 견디고 나면 우리는 비로소 가을을 맞이할 만큼 성숙해 질 수 있게 되는 것이기도 하니까.
두 주인공을 엮어주는 매개체이자 영화 전반을 통해 흐르는 팝송들, 그리고 영화 초반 두드러지는 복고풍의 의상까지 볼거리도 들을거리도 퍽 다양하다.
아무리 파고 또 파도 마르지 않는 샘물, 사랑, 그 불완전하면서도 격정적인 감정 상태. 사랑에 빠진 남녀 이야기라면 흔히 로맨스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보아 넘기기엔 무언가 사랑과 인생에 대한 성찰이 들여다 보인다.
첫눈에 반했다고 믿었고 그녀가 운명의 단짝이라고 믿었던 한 청년의 '격동 500일'. 1일 이후 초반의 그의 모습은 활기가 넘쳤고 행복에 겨워 보였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그는 초췌해지고 얼굴에는 냉소가 드리워진다. 사랑에 빠졌을 때와 사랑이 끝났을 때 사람의 표정과 온 몸에서 풍겨나오는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우리는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영화 속에서 그 날짜상의 순서는 뒤죽박죽 보여지지만 관객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물들의 감정과 화면의 변화를 놀라울 만큼 익숙하게 캐치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그런 감정 변화의 리듬이 영화 속 주인공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연애 한두 번쯤 해보았다면 모두가 느껴보았을 보편적인 경험이기 때문이다.
우린 모두,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에 따라 울고 웃는 경험을 하곤 하지 않나. 한참 사랑을 할 땐 열렬하게, 그게 내 삶의 이유인 것처럼 빠져들었다가 사랑이 끝난 직후엔 내 영혼이 파탄난 것과 같은 격렬한 좌절감에 휩싸이는.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 모두 500일(단 3일이건, 10000일이건 기간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만 살고 죽을 건 아니라는 거다. 501일 째 우리는 반드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예스맨>에서 인상적인 4차원 미녀의 면모를 보여주었던 주이 디샤넬의 매력은 이번 영화에서 갑절로 빛난다. 그녀의 파란 눈동자는 약간 어눌한 듯한 발음과 허스키한 음색이 내뱉는 대사보다 훨씬 많은 걸 들려주는 것 같다. 그녀가 귀찮아서 남자친구(따위)는 필요없다고 말하고 사랑 같은 건 믿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못을 박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지금 그녀가 하고 있는 게 사랑이고 연애이며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와 헤어지고 난 뒤 점차 폐인이 되어가는 남자주인공 톰의 심경 변화에 적극 동참하게 되고 만다. 그건 모두 주이 디샤넬이 연기한 썸머라는 캐릭터의 힘이다. 사랑스럽지만 결코 붙잡아 둘 수 없는 '썸머'와 주이 디샤넬, 너무나도 환상적인 조합이다. 남자주인공 조셉 고든-레빗은 영화에서 처음 본 얼굴인데 왠지 조금 허약한 히스 레저를 떠올리게 하는 푸근한 인상이다. 사랑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는 평범하면서도 단순한 남자의 얼굴을 표현하기에 역시 제격이었던 듯.
영화의 감성은 경쾌하고 발랄하다. '기대'와 '현실'이 각각 어떻게 다르게 작용하는지 그 차이를 보여주는 화면분할 기법이나, 불필요한 듯 하면서도 은근한 양념 맛을 더해주는 내레이션, 1일부터 500일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 시간 순서대로가 아니라 뒤죽박죽 보여짐으로써 오히려 그 동안의 감정의 변화를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연출은 정말 이 영화가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그렇고 그런 러브스토리는 아닌'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다.(설령 결국은 그렇고 그런 사랑이야기에 불과해 질지언정) 사랑하는 여자한테서 채인 남자가 세상에 부리는 소가지를 보며 관객들은 키득거릴 정도로 이 영화는 시크하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사랑 그까짓거 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 아니야?' 하며 조금은 유연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에 빠지면 빠지는 대로, 그게 아니라면 뭐 또 아닌대로 그렇게 살다 보면 썸머는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썸머(summer)는 가장 뜨겁고 열정적인 계절이되 유일한 계절은 아닌 것. 그 계절을 견디고 나면 우리는 비로소 가을을 맞이할 만큼 성숙해 질 수 있게 되는 것이기도 하니까.
두 주인공을 엮어주는 매개체이자 영화 전반을 통해 흐르는 팝송들, 그리고 영화 초반 두드러지는 복고풍의 의상까지 볼거리도 들을거리도 퍽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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