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의 흥미요소들, 그리고 필연적으로 나온 속편
<아이언맨>은 자사의 판권을 팔기만 했던 마블이 직접 제작에 나섰던 첫 작품이다. 제작 이유에는 <스파이더맨>의 놀라운 흥행으로 인한 욕심도 있었을 것이고, 망가져 버린 자사 캐릭터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슈퍼히어로의 전성시대에 마블의 이름을 걸고 낸 작품 <아이언맨>은 놀라운 성공으로 이어졌고, 이 성공은 마블의 미래에 대한 밝은 청사진을 제시해 주었다.
그런데 <아이언맨>이 흥행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볼만한 블록버스터라서, 규모가 커서, 슈퍼히어로물이라서. 이 대답들 역시 맞는 대답이지만, 난 여기에서 조금 더 의미를 붙여본다. 이해도와 캐스팅, 그리고 차별화 된 접근 정도의 의미.
<아이언맨>의 창조주는 마블이다. 자신들이 만들어 낸 캐릭터이다 보니 이해도 역시 마블이 가장 높은 게 당연했고, 어느 면에 집중해야 할지 정확히 이해 했다. 물론 여기에는 영화 제작능력도 수반이 되었기에 가능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주연배우의 절묘한 캐스팅 역시 주효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마치 아이언맨을 위해 태어난 배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캐스팅은 절묘했다. 거기에 나락으로 빠졌다가 회생하는 모습은 영화와 현실, 두 군데에서 유사점을 보이며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다.
마지막은 차별화된 접근. 이것은 깔끔함이었다. <아이언맨>의 영화 시각적인 구현은 당시 타사들이 못 만들 수준의 불가능한 CG는 아니었다. 하지만 타사들은 이야기를 엮어내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마블은 필요 이상의 이야기에 공을 들이지 않고, 아이언맨의 탄생을 현실성 있게 만들면서, 단순 명료한 캐릭터들을 구축하며 관계도를 형성해서 지루한 느낌 없이 재미를 주었다.
이런 점들은 <아이언맨 2>가 다른 블록버스터 속편의 행보 같은 볼거리와 물량에 매몰되는 것이 아닌, 차별화된 어떤 것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여기에는 2009년 <트랜스포머 2>의 실망감도 작용을 했을 것이다)을 주었고, 그 기대치는 그 어떤 작품보다 컸다.
너무나 확장되면서 산만해진 이야기
<아이언맨 2>에서 토니 스타크는 압박과 혼란 속에 살아간다. 정부로부터 아이언맨 수트를 귀속시키라는 압박을 받고 있으며, 자신의 역할과 위치에 대해 혼란스러워 한다.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의미 없이 인기에만 몰입하는 슈퍼히어로. 그의 앞에 전기 채찍으로 무장한 위플래시가 나타난다.
<아이언맨>이 아이언맨의 탄생의 과정을 다루었다면, <아이언맨 2>는 아이언맨이 된 후 새롭게 형성되는 관계 속의 사건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룬다. 제작진이 주목한 점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아이언맨 2>의 두 캐릭터 아이언맨과 위플래시는 아버지 세대의 악연의 지속이다. 아이언맨에게 위플래시는 과거 세대의 악연이자 미래 세대를 위해 거쳐야 할 관문으로, 영화는 이 속에서 아이언맨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같은 역할론 적 고민과 함께 '미래를 위한 열쇠'라는 조금 거창한 의미를 찾아보려 했다.
그런데 영화는 여기에서 욕심을 조금 더 냈다. 이야기를 확장시켜서 <어벤저스>와 연계를 위해 스토리의 상당한 부분을 넘긴다는 것. 이야기를 확장시키는 것은 사실 문제가 안 된다. 그런데 <아이언맨 2>는 본래 다루어지는 이야기의 중심 캐릭터인 아이언맨과 위플래시에서 위플래시에 대한 생략이 많다는 점이다. 그 생략의 부분은 쉴드 등 <어벤저스>의 스토리로 할애한다. 본래 집중을 해야 할 이야기들은 가볍게 다루고, 추가로 다루어야 할 이야기들에 도리어 집중하는 구조. 이 속에서 영화에서 중요한 인물인 위플래시는 그저 소모품적인 존재가 되고 만다. 그의 행동의 의미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 근원에 대한 이해는 없으며, 그저 채찍만 휘두를 뿐이다.
블록버스터로서는 볼만하나, 이 정도 수준을 바란 영화는 아니었다
<아이언맨 2>를 블록버스터로서만 평가한다면 분명히 매끈한 축에 들어간다. 화려한 볼거리나 시간효과가 가득하며, 특유의 유머와 재치도 건재하다. 덤으로 엄청난 레이싱 장면도 보여준다. 하지만 난 <아이언맨 2>에게 이런 정도의 완성도를 바랬던 것이 아니었다. 기존 히어로물에서 <다크 나이트>가 어두운 드라마의 경지에 이른 작품을 선 보였다면, <아이언맨 2>에게선 밝은 드라마의 경지를 기대했다. 그러나 <아이언맨 2>는 무난한 정도였을 뿐이다. 그저 볼만한 수준의 오락물 정도에 머물렀으며, 1편이 보여주었던 어떤 가능성이란 영역으론 한 걸음도 못 가고 말았다.
거대 군수업체 스타크 인더스트리에서의 아이언맨이란 존재는 과연 슈퍼히어로인가, 아니면 부자의 장난감놀이일까. <아이언맨 2>에서 토니 스타크는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다.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지구를(엄밀히 보면 미국) 지킨다고 하지만, 그의 수트는 엄청난 무기 업체 스타크 인더스트리가 벌어들인 자본에서 나온 산물이다. 아이언맨과 싸우는 상대방의 무기가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것일지도 모르는 아이러니. 이런 관계에서 아이언맨은 과연 평화를 위한 존재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 의문은 진행형으로 남겨졌으며, 어설프게 봉합된 영화 속 영웅주의와 패권주의의 의문점은 가능성의 영역과 함께 <어벤저스>에게 넘겨졌다.
<어벤저스>에게 남겨진 숙제
<아이언맨 2>는 분명 독립된 스토리로 본다면 아쉬운 수준이다. 그러나 <아이언맨 2>는 스토리의 일정 부분을 <어벤저스>에 넘긴 분위기이니, 나 역시 평가의 일정 부분을 <어벤저스>에게 남겨두려 한다.
<어벤저스>는 애초에 내가 생각했던 수준 정도인, 단지 마블 슈퍼히어로 총출동 정도의 의미만을 지닌 영화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블이 최우선 목표로 삼았던 <어벤저스>는 이제 각각의 영화들이 가진 세계관을 통합해야 할 숙제를 안았으며, 마블에게는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분기점이다. 제대로 슈퍼히어로들의 세계관을 연결해서, 각각의 영화에 힘을 불어 넣어주는 포인트가 될 지, 아니면 그저 이야기만 확장한 의미 없는 영화가 될 지. <어벤저스>가 어느 정도의 완성도로 나올 지가 궁금해진다. 과연 마블의 야심이 성공적인 작품으로 이어질까. 마블은 이제 자신들의 왕국을 위한 시험대에 올랐다.
★★☆
*2010년4월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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