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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행분석

과속스캔들(2008, 강형철) _ 기획과 흥행 포인트 중심으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4. 29.



과속스캔들(2008, 강형철) _ 기획과 흥행 포인트 중심으로


제목 한번 잘 뽑았다. ‘과속’과 ‘스캔들’의 조합만으로도 코미디 장르영화에 대한 친숙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사생활이 곧 사회적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주인공의 직업적 위치를 제공해주며, 영화의 훅(hook)과 위기에 대한 전조를 단박에 각인시키는, 그러면서도 위트 있는 영리함이 묻어나는 2008년 최고의 ‘제목스캔들’이 아닌가 싶다.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잘 나가는 서른여섯 싱글인생에 스물두 살 딸, 여섯 살 손자가 끼어들어들 줄을. 다소 황당하고 억지스런 설정이지만, 은밀한 ‘과속’이 만연한 시대에 암묵적 동의를 얻어내며, 각종 ‘스캔들’이 넘쳐나는 때에 핏줄로 엮인 3세대의 좌충우돌이 불명예스러움을 전복시키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또, 가족해체가 문제가 되는 요즘 다소 판타지적일 수 있는 유쾌한 가족의 재탄생은 긍정의 위로가 된다.

 

아버지-딸-손자의 3대 성별 구성도 지능적으로 보인다. ‘과속’의 대물림으로 이어진 아버지와 딸의 모종의 연대와 전통적 질서를 뒤엎는 딸의 아버지에 대한 반격, 남성성으로 중첩되는 아버지와 손자의 전략적 연합. 도발성과 오락성을 두루 갖춘 포인트다. 이 가운데 시너지처럼 작용하는 가수 출신의 라디오 DJ 아버지, 숨길 수 없는 가수 기질의 딸, 피아노 연주에 천재적인 손자. 이쯤 되면 에필로그의 가족연주회를 위해 달려가는 에너지 총체로서의 최상의 과속삼대가 아니겠는가.


 

삼대 중에서 스토리텔링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인 정남(박보영 분). 자신이 미혼모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천연덕스럽게 아들을 이끌고 아버지의 집을 기습하고, 누가 뭐래도 가수의 꿈을 키워가는 그녀. 그녀의 당참, 용기, 열정, 끼는 보석처럼 빛나 우리를 조명해준다. 특히, 그녀의 무대는 <미녀는 괴로워>의 영광을 재연하게 하는 결정적 근거로 작용한다. 전혀 기대하지 않는 스튜디오의 좌중을 노래로써 압도하고, 최종 결선을 앞둔 공개홀에서 극적으로 진실을 드러내는 씬에서 우리는 공통된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또한,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고 숨기고 싶었던 현수(차태현 분)가, 진행요원들에게 끌려가는 정남을 보면서도 당황하며 망설였던 현수가, 무대 단상에서 기동(왕석현 분)의 장난감을 본 그 짧은 순간에 부정할 수 없는 할아버지로서의 손자를 추억하며 더 이상 원초적 부성애를 숨기지 못 하고 “어린이를 찾습니다.”라고 호소할 때, 그간의 그의 태도는 차치하고서라도 위기의 정점에서 터져 나오는 애끓는 인간적인 면모에 우리는 무장해제하고 그와 공명하게 된다.



 

한껏 고조된 감정이 자칫 신파로 마무리될 뻔한 상황에서도 황기동의 아빠네 할아버지네 둘째 아들 삼촌인 현수와 황기동의 큰 삼촌 딸 정남을 찾는다는 기동의 실종신고로 다시 한번 이들 삼대의 파노라마를 펼쳐내며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끌어냄으로써 영화의 집약적인 흥행코드를 보이고 있다.

 

미혼모(정남)의 당당한 선언과 꿈에의 의지, 왕따(기동)의 신동으로서의 발견, 유명인(현수)의 용기 있는 자기고백, 해체된 가족의 재결합으로 이어지는 인식과 가치의 연속적인 전복이 웃음과 눈물을 동반하면서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초대박의 성적을 거둔 과속스캔들!

 

36살-22살-6살로 대변되는 3세대 뿐 아닌, 아버지-딸-손자로 대변되는 3세대까지 관객으로 끌어안고, 800만의 고지를 12월 크리스마스 시즌과 1월 설 연휴의 상승점을 찍으며 저속의 꾸준한 레이스로 돌파한 이 영화 안에는 성공, 가족, 웃음, 감동코드가 곳곳에 포진돼 있어 한국영화 흥행법칙의 대표성을 획득하면서도 no스타 캐스팅, 저예산 등의 회의적 상황에서의 흥행돌풍을 보면 역시 의외성의 ‘행운’이라는 절대법칙 또한 빼놓을 수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