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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못>우리가 외면했던 1950년 7월의 사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4. 16.


<작은 연못>을 영화로 만든 이유

<작은 연못>은 노근리 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다. 그렇다면 일단 노근리 사건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이것은 영화를 보고서 알 수도 있지만, 일단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자 하는 분을 위해 네이버 백과사전을 링크한다.노근리 사건: http://100.naver.com/100.nhn?docid=734570

노근리 사건은 1950년7월 노근리의 철교 밑 터널 속으로 피신한 인근 마을 주민 수백 명이 미군들의 무차별 사격으로 살해된 사건이다. 영화 <작은 연못>은 이 사건을 바탕으로 하여 재구성한 작품. 이렇듯 시대의 아픔이 담긴 소재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보니, <작은 연못>은 스토리적인 흥미나 영화적 재미를 논하기는 어려운 면이 크다. 재미보다 우선시 되야 하는 것이 사건에 대한 시각과 해석이며, 이것은 작품을 만들게 된 이유인 영화의 기획 의도와 연결이 된다.

노근리 사건을 영화로 만든 이유는 사건의 진실이 은폐되어서, 아니면 사건이 조작되어서? 출발점은 의외로 다른 곳에 있다. 사건 자체를 알지 못하는 현실이다. 우리는 노근리 사건에 대해 관심 자체를 가지지 있지 않다. 영화는 그런 무관심에 대해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리고자 만들어진 것이다.


그저 담담하게 지켜 보는 시각, 여기에서 오는 생생함과 처절함

기획 의도가 사람들의 관심에 대한 것이었다면, 사건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각은 의문점에서 출발한다. 1950년7월 어느 날, 그들은 왜 죽어야 했던가에 대한 의문. 이 의문에 대한 화법은 아주 단순하며 투박하다. 영화는 어떤 격앙된 감정이나 과장된 상황적 묘사를 하고자 하지 않으며, 그날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만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6.25 전쟁이 벌어졌지만 전쟁과는 그다지 상관없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던 마을 주민들. 전쟁이 벌어졌지만 그저 우리는 농사나 짓고 사는 거라고 생각하며 살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전쟁의 그늘을 그들 역시 피할 수는 없었고, 평화로운 연못에 사는 물고기 같았던 그들은 미군이 시키는 대로 이동을 한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른 채, 그저 봄소풍 가듯 짐을 챙겨 여행을 떠날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총알이며, 그들은 차디찬 시체가 되어 버렸다.

영화는 사건을 다룸에 있어 인위적으로 감동을 주려 한다든가, 영화적인 극의 형식으로 끌고 가는 접근을 하지 않았다. 물론 부분적으론 영화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극의 형식이 보이긴 한다. 하지만 영화는 극을 이끄는 중심적인 인물이나 다양한 에피소드 등을 중심이 하는 영화적 구성이 아닌, 사건을 카메라가 쫓아 다니는 한 편의 리얼한 체험 다큐적인 면이 더 강하다. 마을 주민 한 사람의 시각에서 보았던 그날의 사건과 현장인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온 사실감은 그 무엇보다 생생하고, 처절했다.


그들의 아픔을 기억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작은 연못>은 싸늘한 주검이 된 마을주민들의 모습이나,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총질을 한 미군들의 모습들을 통해 동정을 구하거나 눈물을 강요하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그들에게 명령을 내린 세력이나 지금도 침묵하는 세력에게 담담히 경고의 메시지를 전할 뿐이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며, 진실은 덮어지지 않는다는 경고의 메시지.

영화를 예술이라고 하지만, 엄연히 자본이 투입되는 산업이다. 그렇다 보니 이런 <작은 연못>같은 영화는 투자나 배급이 쉽지 않은 영화였다고 한다. 그러나 뜻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재능과 열정, 그리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들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8년간의 제작기간 끝에 빛을 보게 된 영화다. 그들은 세상에 노근리 사건에 대한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영화에 힘을 보탰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영화에 대한 선택은 관객에게 주어졌다.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아픔을 기억하는 것 역시 우리의 몫이다. 시대의 슬픔과 아픔을 잘 전해준 <작은 연못>을 꼭 보아야 할 영화로 적극 추천한다.

★★★

*2010년4월1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