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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크게 들을 것>날 것의 모습으로 보여주는 로큐멘터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4. 19.


로큰롤은 무엇일까

당신은 로큰롤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무엇이라 대답을 할 텐가? 너무 거창하다거나, 뜬금없다는 생각, 맞다. 나 역시 누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저 인간 뭐 하는 놈인가 싶을 거다.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서 로큰롤의 정의가 무엇이며, 정신이 무엇이라 떠드는 것 자체가 참 여유로운 발상이다 싶을 것이다.

일단 로큰롤에 대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좀 적어 보겠다. 배고픔, 긴 머리, 폭발적인 사운드, 술, 담배, 저항. 일단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충 이런 거다. 나야말로 로큰롤이 무엇인지 정말 모르는 사람이다 보니 머리 속에 나온 이미지가 저런 것이고, 이것은 로큰롤에 대해 관심 없는 일반적 사람들도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로큰롤에 대해 전문가는 아닌 바에야 로큰롤을 하는 사람들이 그 의미에 대해선 훨씬 정확히 알 것이니, 로큰롤 하는 사람들이 직접 로큰롤은 이런 것입니다라고 스스로 알려주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의 영화적 선택은 결코 나쁘지 않게 보였다. 적어도 로큰롤이 무엇인가의 어렴풋한 의미 정도는 가지게 해주는 시간이 될 거라는 기대감은 드니까 말이다.

하지만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이 빌어먹을 나라엔 로큰롤 스타가 필요하다"는 오프닝의 내레이션를 외치며 초반부터 선을 그어 버린다. "로큰롤 정신 같은 건 우리도 몰라, 그냥 우리는 우리 식대로 산다"를 말하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줄 뿐이다. 배고픈 로큰롤의 인생에서 그들이 배고파 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들이 갈망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그들의 삶을 통해 찾아보고, 그 속에서 로큰롤은 무엇인가 우리 스스로 해답을 찾는 여행. 이것이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이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 쥬스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리규영이 만든 인디 레이블 루비살롱의 밴드인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 쥬스의 모습을 담은 영화다. 영화는 어떤 기교나 스토리를 가지지 않았다. 오로지 두 밴드와 리규영을 통해 그들이 사는 모습을 담을 뿐이다. 그리고 이들의 모습들을 통해 인디밴드가 사는 모습을 함께 담아간다. 어떤 삶과 노래를 하는지.

그러나 흥미롭게도 스토리를 가지지 않았던 영화는 스스로 스토리를 가지게 된다. 인생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그런 걸까.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 쥬스는 같은 인디밴드지만 상반된 캐릭터였으며, 그들의 음악적인 행보 역시 상반되게 펼쳐진다. 탈진로큰롤을 자처하는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관객들을 탈진시키며 승승장구한다면, 막장로큰롤이던 타바코 쥬스는 그저 막장스럽게 살 뿐이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

사람의 생활을 담고, 인터뷰를 통해 생각을 담은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 영화는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벗어난, 어떤 새로움이나 실험적인 스타일을 보여주진 않았다. 그러나 스타일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을지라도 내용에서는 흥미로운 메시지가 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 쥬스, 나아가 인디밴드들의 문화와 삶을 보여주면서 하나의 메시지를 강조하는데, 이것은 결코 우리들은 불쌍하지 않다는 메시지다. 우리는 당신들의 기준이나 잣대로 평가하며 불쌍하다고 여기지 말아라, 우리들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뿐이다고 말한다.
 
음악과 돈이라는 선택하기 힘든 두 개의 선택에서 돈보다는 음악 쪽에 가까이 선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로큰롤을 즐기며 살아가는 게 어떤지를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외친다. 우리들의 로큰롤을 반드시 크게 들으라고. 우리가 즐겁게 연주하는 음악을 같이 즐기자고 말한다. 내가 좋아서, 내가 즐겁게, 내가 즐기는 것. 이것이 로큰롤이라고 말한다.


극장의 대형 사운드로 반드시 크게 듣길 권장한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앞선 영화들에 비해 월등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영화도 아니며, "로큰롤은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는 영화도 아니다. 그저 그들이 웃고, 울고, 떠들면서 노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에서 "로큰롤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은 어느 정도 준다. 그들이 말하는 빌어먹을 나라에서 로큰롤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 속의 행복감과 미소, 그리고 음악의 의미.

날 것 그대로의 모습과 음악이 담긴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길 추천한다. 이들의 삶을 보는 시각적인 면에선 아쉬움이 들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들의 노래를 듣는 청각적인 만족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우주에서 온 기이한 자들의 연주를 대형극장의 사운드로 만나는 체험은 놓치기 힘든, 추천할만한 체험이다. 반드시 크게 듣길 권장한다.

★★☆

*2010년4월2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