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꾸지 못한 꿈을 꾸었던 남자
일본의 인기 만화 <슬램덩크>중에 강백호가 이런 대사를 한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국가대표였을 때 였나요?...난 지금입니다"
<맨 온 와이어>의 리뷰를 적는데 무슨 뜬금없는 <슬램덩크> 이야기인가 의문을 가질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왜 강백호의 대사를 인용했는가 하면 저 대사가 나왔던 상황의 분위기를 영화 <맨 온 와이어>에서 느꼈기 때문이다.자신의 꿈을 위해서 짧은 찰나일지 모르는 시간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던 자의 이야기 <맨 온 와이어>.꿈을 이루기 보다는,꿈의 의미조차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요즈음에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했던 남자의 모습은 아름답다는 표현으로는 그 의미를 전달하기 조차 힘들지 않나 의문이 들 정도다.
꿈을 이루다 죽는 것도 아름답지 않냐고 반문하던 남자 필리페 페티.그가 보여준 쌍둥이 빌딩 사이를 외줄을 타며 오간 세기의 퍼포먼스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행위를 넘어선,자신의 꿈을 위해 죽음과 마주한,아니 죽음을 넘어선 꿈이었다.아무도 꾸지 못한 그런 꿈.
1974년8월7일 오전 6시45분
필리페 페티의 인터뷰로 시작하는 영화는 필리페 페티 자신이 그 날 자신이 죽어 관에 들어가는 꿈을 꿀 정도로 두려웠다고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어느 날 그는 치과에서 우연히 본 잡지에서 공사중인 쌍둥이 빌딩의 기사를 보고 자신의 꿈을 발견하게 된다.세상의 꼭대기에 서고 싶다는 꿈.뉴욕 세계무역센터.총 110층(411.5m)의 높이.두 건물 사이의 거리는 42m.이 사이를 지름 2cm의 와이어를 타며 오간다는 필리페 페티의 꿈.꿈의 대상은 아직은 미완성이었지만 그는 이미 그 꿈에 빠져 든다.그의 꿈은 동료들의 꿈이 되고,그들은 함께 꿈을 꾸었다.그리고 영화는 1974년8월7일 오전 6시45분의 시간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30년의 시간을 넘어선 사건의 재구성
세기적 퍼포먼스의 전후 진행과정을 그린 <맨 온 와이어>는 실제사건을 다룬 내용답게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취했다.다만 기록자료가 많지 않은 상태라서 영화는 인터뷰와 재현장면,사진 등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과거를 복기했다.인터뷰를 통해서 진행과정 상에서 필리페 페티와 동료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느낀 점들을 솔직하게 말해주고,재현장면을 통해서 6년간의 준비과정과 그날의 긴박했던 순간 등을 우리가 현장에 있다는 느낌이 들만큼 생생하게 전해준다.그리고 세기의 퍼포먼스 순간은 사진을 통해 짧지만 강하게 전달해준다.단 몇 장의 사진이지만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꿈을 꾸었는지 와 예술의 단계에 있었던 범죄의 아름다움을 30년의 시간을 넘어서며 우리에게 보여준다.
앞으로도 기억에 남을 도시 속의 전설
다큐멘터리이지만 일정한 플롯을 가진 상업영화만큼이나 박진감과 긴장감이 넘쳤던 영화 <맨 온 와이어>.영화는 9.11 테러 이후 사라져버린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추억과 그 추억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던 한 남자의 동화같은 도전,뉴욕이라는 도시의 전설이 되어버린 도전이야기를 동화 같이 들려주었다.도시에서 보여준 동화 같은 꿈,마법 같은 꿈은 17살 청년이 전세계에 선물해 준 꿈이자 동화이다.그리고 그 꿈은 영원할 것이다.한번 일어난 일은 사라지지 않으며 영원히 남는다.필리페 페티와 그의 동료들이 만든 도시 속의 동화는 앞으로도 길이 남을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 꿈 같은 동화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분은 필히 극장에 가서 보시길 추천하고 싶다.필리페 페티가 외줄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어두운 극장 안에서 지켜보던 당신은 박수를 치고 싶을지도 모른다.이제는 볼 수 없는 도시 속의 전설은 너무나도 아름다우니까.
*2010년2월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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