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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을 포함하여 등장인물에게 원죄를 부여하라! - 히치콕, <다이얼 M을 돌려라>

영화와 스토리텔링

by 마담앨리스 2009. 6. 8.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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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된 살인,
그러나 빗나간 예상.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사건의 소용돌이!

이번에 제가 도전한 영화는
오랜만에 고전을 골라봤어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다이얼 M을 돌려라>입니다.

<현기증>, <싸이코>, <새>, <이창>등
다른 여러 훌륭한 작품도 많은데 왜 이 영화를 골랐느냐?

사실 제가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지만,
그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작품은
히치콕 감독이 여타 다른 작품들에서 보여준
영상미학이 돋보이기 보다는
이야기가 더 중심을 이루는 영화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한편의 추리소설을 읽은 것 같아요.

만약 영화를 보면서 인물들간의 얽히고 설키는 관계와
배경과 분위기 등을 묘사하면서 글로 풀어낸다면
잘 빠진 추리소설이 탄생할 것 같은 영화입니다.

각설하고,
이 영화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전직 테니스 선수 토니(Tony Wendice: 레이 밀런드 분)는 부자인 아내 마고(Margot Wendice: 그레이스 켈리 분)와 결혼한 뒤, 테니스를 그만두고 사업가로 그럭저럭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아내가 옛 동창이자 추리 소설가인 마크(Mark Halliday: 로버트 커밍스 분)와 사랑에 빠지고 사업조차 곤경에 처하자 아내의 유산을 노리고 청부살인을 계획한다. 그는 감옥에서 나와 밑바닥 생활을 하고 있는 옛 친구 스완(C.A. Swan/Captain Lesgate: 안소니 도슨 분)을 끌어들여 마고를 죽이도록 계획을 꾸미고 자신은 알리바이를 위해 연적 마크와 함께 사교모임에 참석한다. 그러나 마고는 자신을 목 졸라 죽이려는 스완과 격투를 벌이다 엉겁결에 바느질 가위로 그의 등을 찌르고, 스완은 뒤로 넘어지면서 가위에 깊이 찔려 숨지고 마는데.


남편인 토니가 아내를 죽이려고 마음 먹은 데에는 사실
아내 마고의 불륜이 큰 몫을 했습니다.

사실 바로 이점이 이야기에 탄력을 주고 있어요.
즉, 형사들을 제외한 등장인물 모두가 원죄가 있다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비법! 주인공을 포함하여 중요 등장인물에게 원죄를 부여하라! ㅎㅎ

등장인물 모두가 켕기는 부분이 있으니
관객은 남편이 아내를 죽이려는 것이 동정이 가서,
영화 중반까지는 제발 형사에게 발각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다가

중반 이후부터 남편의 계획이 틀어지고 사건이 정신없이 커져가면서
억울하게 아내가 당하는 양상이 되고,
급기야 아내가 스스로 벌인 자작극이라는 결론과 살인혐의까지 씌워지면서 아내가 사형선고를 받자,
남편의 범죄행각이 어서 드러났으면 하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됩니다.


관객을 요리하는 수완이 정말 끝내줍니다. 이야기는 정말 이렇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게다가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화의 90%이상을 토니와 마고의 집에서 촬영했어요.
로케도 거의 없구요.
등장인물도 몇명 제한되어 있구요.
완전 초 저예산 영화가 아닐 수 없어요.

요즘과 같이 한국영화가 어려운 때야말로
초 저예산에 제한된 배경과 등장인물을 가지고
이렇게 밀도가 높은 이야기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잠깐 생각해봤습니다.




덧붙임 1)

이 영화, 제목이 끝내주죠?
영화 제목 만들기, 정말 힘든 부분입니다.

오죽하면 예전에 영화판에서 제목을 정할때
무수히 많은 제목 후보들을 종이에 적어 선풍기에 붙여놓고 바람을 불게 해서
가장 멀리 날아가는 종이에 적힌 제목을 정하는 웃지 못한 헤프닝도 있었겠어요. ㅎㅎ

<다이얼 M을 돌려라>는
남편이 살인청부를 하는 신호로써 먼저 가서 숨어있는 살해범에게 전화를 걸기로 하는데,
집전화번호의 첫번째 다이얼이 바로 M이라는 데에서 착안한 제목입니다.

너무 잘지었죠? 영화랑도 완전 딱 맞아요.


덧붙임 2)

히치콕 감독은 자신의 영화 속에 반드시 까메오로 출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던거 다 아시죠?
일종의 영상싸인 같은 의미인데,
등장인물이 엄격히 제한된, 그래서 지나가는 행인으로 출연할 수도 없는 이 영화에서
히치콕 감독은 놀라운 아이디어로 출연을 하였답니다!
(전 보고 깔깔 웃었어요)

아래 사진을 보세요~ 어디있을까요?



참고로 위 사진은,
남편이 살인자가 자신의 동창생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경찰들에게 보여준
액자사진을 클로즈업 한 컷입니다.
맨 오른쪽 포토샵으로 따다 붙인 것 같은 남자가 남편, 그 옆에 시가를 문 남자가 살인자입니다.

히치콕은 누구일까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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