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영화?...그런데 날개?
<리키>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면서 이유 없이 컴퓨터 자판을 탁탁 건드려본다.포스터엔 볼이 통통한 귀여운 아기가 있다.아기가 주인공?맞다,아기가 주인공이다.아니다,아기가 주인공이 아니다.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다.<리키>는 해석의 여지가 너무 많다.그리고 묘하다.분명히 가족영화이며 가족구성원간의 심리를 따라가는 영화다.하지만 그 심리를 따라가게 만드는 매개체가 간단하지가 않다.
'날개'...'날개 달린 아기 리키'.날개가 매개체이다.포스터 속 아기의 표정의 해석만큼이나 날개 역시 받아들이기,아니 풀기 쉽지 않은 문제였다.
서로 다른 출발점과 도착점
<리키>는 조금 특별한 아기 리키의 이야기이자,일곱 살 소녀 리자의 이야기이며,그리고 케이티와 파코의 이야기다.도입부부터 영화 중간 시간대 장면을 삽입해버림은 엄마로써 어려움에 빠진 케이티의 복잡한 심리를 관객에게 알려주던 영화는 그 이후부터는 단편화되고 생략화 된 이야기를 전개한다.
케이티와 파코의 충동적 만남,그리고 임신.리키의 출산.가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를 받아들이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이지만 영화는 바로 하나의 가족으로 묶어버린다.서로 겉돌던 가족은 날개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에게 다가서게 되고,남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서로의 교집합적 요소가 되어 가족의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특별한 유대관계로 묶이게 되는 리키의 가족,그러나 그 과정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단순화된 이야기와 빠른 시간의 도약을 하는 전개 속에는 중요한 몇 가지가 생략되어 있다는 점이다.그리고 이 생략들은 영화의 공백을 점차 크게 만들어 주면서 영화의 출발과 도착의 혼란을 준다.그렇기 때문에 <리키>는 출발점을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각자의 해석이 엇갈린 출발을 하며,이후 도착점 역시 당연히 서로 다르다.
다양한 해석을 원하기엔 너무 불친절한 구석이 많다
서로의 출발점이 다르고 도착점도 다르다는 말은 결국 <리키>가 꽤나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영화라는 말이다.프랑소와 오종 감독은 영화의 공백적인 부분을 일부러 상당 부분 남겨주었으며,관객이 해석의 여지를 가지기를 원했다.난 감독이 공백을 준 행위를 탓할 생각은 없다.다만 공백의 크기가 너무 크다는 점은 영화가 너무 어렵다는 점으로 남게 된다.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남긴 의도는 좋았지만,그런 의도로 해석하기엔 <리키>의 동화적 분위기 역시 놓치기 싫은 부분이었다.우리가 즐겁게 읽었던 동화 <백설공주>에 공백을 주면서 이 모든 것이 일곱 난쟁이 중 하나의 낮잠 속 꿈이라고 하거나,백설공주가 눈 앞에 놓인 사과 하나를 보고 상상해 본 이야기였다는 식의 여러 해석이 가능하게 한다면 얼마나 혼란스럽겠는가?게다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현실과 허구이다라고 정리하기엔 <리키>의 혼란요소들이 너무나 많다.특별한 아기를 통한 특별한 가족의 구성을 마음 편하게 바라보고픈 관객에게 감독은 계속적으로 고차원영화방정식을 던지는 듯한 난감한 상황이다.
나에겐 너무나 불완전해 보이는 영화다
다소 말랑말랑해졌지만 여전히 도발적인 프랑소와 오종 감독.그의 <리키>는 스필버그 식의 따뜻한 감성의 동화,아니면 팀버튼식의 악동스러움이 보이는 동화와는 다른 것이었다.사실주의적인 동화라는 해석을 갖다 붙인다면 너무 우스울까?
아무튼 나로서는 영화에서 '날개'가 종교적,생태학적,가족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든지 간에 가족이야기를 다룬 동화 정도로 보고 싶다.이러고 싶은 것은 감독이 던져준 문제의 공백 부분이 너무 큰데,이걸 나 혼자 이런 저런 의미를 갖다 붙이며 해석하고 정의한다 것이 의문스럽기 때문이다.또 그냥 해본거야라며 감독이 말할 거 같다는 생각도 들 정도로,정말 아무 의미 없이 만든 영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이도 저도 안되면 그냥 쓰다만 동화려니 생각하련다.나에겐 너무나 불완전해 보이던 영화이니 나 역시 마침표를 생략해 버리면 된다.
*2010년2월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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